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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urn Left, Turn Right (2003)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20. 7. 8. 20:13
먼 옛날 보았던 중국 영화 (사실 대만에서 촬영된 싱가포르/홍콩 영화)인데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걸 발견했다. 잘 생긴 남자 배우를 봐도 별 감흥이 없는 편인데, 카네시로 타케시 (금성무)를 처음 보았을 때는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다. 아마 그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이 영화이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 영화보다 중경삼림에서의 그의 모습이 더 풋풋하고 매력적이긴 하지만, 영화의 내용 상, Turn Left, Turn Right에서의 로맨티시스트인 그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윗 이미지의 출처인 대만 잡지의 기사에서는 혹평을 당한 영화 Turn Left, Turn Right. 한국 제목도 없고 금성무의 나무 위키 항목에 이 영화가 기재되지 않은 것 보니 한국에서는 개봉을 안 한 모양이다. 금성무는 비엔나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지만 번번이 떨어지는 바이올리니스트로 나온다. 13년 전 수학여행 때 짝사랑하던 소녀에게 전화번호를 줬지만 덤벙거리는 소녀는 전화번호를 잃어버리고 13년 후에 우연히 둘이 재회를 하게 된다. 그 소녀는 그의 바로 옆 집에 살면서 (하지만 입구는 좀 떨어져 있음) 폴란드어 번역가로 폴란드 작가의 시를 번역해서 출판할 꿈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어느 오후 달달한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헤어지게 되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계속 서로를 스쳐 지내가기만 하고, 두 사람을 짝사랑하는 사람들의 방해 공작에 만날 수 있을 기회를 번번이 놓치게 된다. 그 우연히 때로는 말이 되면서도 너무 많이 반복이 되니 안타깝기보다는 짜증이 날 정도이다. 하지만 금성무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면, 다 용서가 되고, 그의 사랑을 응원하게 되는 마법이 일어난다ㅋㅋ
영화의 거의 마지막까지 서로를 다시 찾지 못하는 두 사람. 그러다가 극적인 방법으로 둘은 재회를 하게 되는데 시원한 결말은 아니다. 해피엔딩을 암시하긴 하는데 각자의 꿈을 포기하고 둘이 같이 있는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이 영화 같은 헤어짐은 2020년의 지금이라면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아무리 전화번호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각종 SNS로 서로를 찾아낼 수 있었을 테니까. 오직 전화번호만으로 서로를 찾아 헤매는 그 갑갑함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건, 이제는 이런 애절한 로맨스는 나올 수 없다는 것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주제는 운명이다. 서로의 주변에 늘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못 만나는 것 같으면서도,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는 '운명'이다. 어떤 방해물도 두 사람의 간절함으로 극복하고 심지어 천재지변까지 일어나서 두 사람을 맺어준다. 이걸 처음 보았던 때의 어린 나는 유치한 이 영화를 보고서도 혹시 나에게도 저런 운명의 상대가 있을까 두근거렸겠지? 지금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오히려 두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조연 남녀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현실주의자가 되어 버렸다. 운명 같은 로맨스를 꿈꾸던 순수했던 그 시절의 감수성을 언제 어디서 잃어버린 것일까?
영화는 밑에 유튜브 링크에서 볼 수 있는데 자막은 영어와 베트남어뿐이다. 중국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열심히 들었지만, 아직 내 실력으로는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두 주인공이 서로의 이름을 몰라 서로의 학생 번호를 부르는 장면이 많아서 숫자 듣기에는 조금 도움이 된다 -.-;;
https://www.youtube.com/watch?v=oOXiECZ7l9I
영화는 유치하지만 순수하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예쁜 엽서같이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로튼 토마토 점수와 상관없이 나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될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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