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코로나 19 - 일상의 부재

2 o'clock 2020. 3. 19. 20:23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세계의 일상이 멈춘 듯하다. 호주는 며칠 전 공립학교는 휴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동교 교사들도 모이기만 하면 휴교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은 영국의 학교에 무기한 휴교령이 내려졌다는 뉴스가 나왔다. 미국과 영국을 따라서 호주도 휴교령이 내릴 것도 같은데 호주 정부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중. 조심스럽게  초중고의 1학기 방학기 3주 남은 상황에서 방학을 며칠 일찍 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해본다.

Coles Supermarket - 파스타, 쌀, 밀가루 코너
판매개수를 제한한다는 공고인데, 살 물건이 없다 -.-;;
Coles - 화장지 코너
곽티슈도 구매도 한 가구당 2개씩으로 제한한다고 함 - 근데 있어야 사지 ㅠㅠ 

마지막 쇼핑이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저녁때 쇼핑센터를 다녀왔다. 사람들은 꽤 있었지만 늦게까지 상점이 문을 여는 목요일 저녁 치고는 확연히 한산했다. 지나가다가 엿들은 청소년들의 대화. '아, 오랜만이야' '참, 악수는 안되지. 사회적 거리.'  Social distance. 앞으로 우리의 일상에 '사회적 거리'의 잔상이 얼마나 오랫동안 남아있을까? 쇼핑 후 집에 도착했을 때 교회에서 이메일이 왔다. 내가 다니는 교회는 여러 나라 출신의 사람들이 모이는 소형 교회이다. 호주 수상이 실내 모임을 100명 이하로 제한하라고 발표했을 때 우리 교회는 작아서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예배 참석 인원이 100명 이하이긴 하지만 공간이 좁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어서 유튜브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는 것. 일단 이번 주만 취소된 것이라고는 한데 앞으로 얼마나 더 연기될지 모를 일이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교회의 예배가 취소된 적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주만 해도 늦잠을 자서 투덜거리며 예배에 갔었는데, 이제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네. 

일단 학교에 출근을 하면 아이들과 지내느라 일상이 유지되는 듯 하다가도, 아이들이 수시로 손세정제를 바르는 모습, 1.5미터 간격을 유지하라고 잔소리하는 나의 모습이 많이 어색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몇 개월 전, 몇 주 전에는 다른 일들로 불평을 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 생각해보면 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약간의 불평과 단조로움이 섞인 일상이 참 귀한 것이었구나. 고마움은 주로 뒤늦게 깨닿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