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많은 분들을 [혐오사진주의]로 낚은 주제에 엑박으로 허탈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사진 올리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네요. 분명히 등업할 때 사진을 올렸었는데 ㅠㅠ
다행히도 친절하신 닭튀김특공대님의 도움으로 사진 올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우리 고양이가 현실에서도 얼굴을 잘 안보여주는데 사진까지 말썽이네요 (죄없는 고양이 탓을 해봅니다 -,-;;)
우리집 고양이는 얼룩 고양이입니다^^ 이름은 제가 도용해서 아이디로 쓰고 있고요.
약 10년 전 6:4 가름마의 치명적인 매력에 한 눈에 반해서 알바를 하던 곳에 파양이 되어 버려져있던 녀석을 데려왔습니다.
보통 길냥이들은 살고 싶은 사람이나 집에 찾아간다고 하던데
제 경우에는 저를 피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애를 어렵게 어렵게 포획(!)해서 데려왔어요.
파양되어서 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얘는 내가 책임져야겠다! 라는 강렬한 확신이 왔거든요.
우유부단한 제 성격에 이런 류의 확신은 아직까지 한 손에 꼽힐 정도라, 그 때의 강렬함은 지금도 기억합니다.
아무튼, 제가 억지로 데려온 만큼, 최선을 다해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
역시, 시작을 잘 해야하나 봅니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저만 짝사랑 중인 것 같네요 ㅠㅠ
세상에 많다는 무릎냥이까지는 안 바라지만, 지나가다가 제 다리에 싹 감긴다던지
제 몸에 꾹꾹이를 해준다던지 하는 애교는 꿈도 못 꿔요. 에혀...
며칠전 Life of Pi를 보고 왔는데 영화에서 호랑이가 나오는 장면이 나올때마다 이녀석 생각이 났습니다.
같은 고양이과라서도 그렇지만, 동물적이고, 사냥본능이 충만한 이글이글한 눈 빛이 어딘가 닮았더라고요.
목표물을 발견하면 인정사정없이 달려드는 모습은 가끔은 멋지기도 하지만, 잔인하기도 하고, 매정하게도 느껴져서요.
저렇게 정이 없는 녀석이라 나한테 애교도 잘 안부리는 건지, 역시 동물은 동물이니까 얘와의 친밀감 형성은 포기해야겠지,
하면서 보고 있었네요. (이건 영화 감독이 의도한 감상포인트가 절대 아니겠죠)
다음 사진은 혐오짤이니 주의해주세요.
오늘 아침, 저의 침대 밑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길래 들여다 보니 오랜만에 선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저도 처음 이런 선물을 받았을 때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공포에 떨었더랬죠.
그런데 한 해에 한 두번씩 이런 일이 있고 보니, 이제는 담담합니다.
인터넷 어디선가 본대로, 선물 고맙다고 호들갑을 떨고 맛있는 걸로 상을 주려고 하죠. ->아마도 내 칭찬을 이해하지 못할꺼라는게 함정
요새 치아 상태가 많이 안 좋고, 나이도 많아지니 이래저래 얘랑 같이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밤만 되면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자고 있는 녀석을 쓰다듬으면서 속상해 했었거든요. 아, 지금 이걸 쓰면서도 좀 ㅠㅠ
요새는 거의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것 같아서 이제 너무 늙어서 놀지도 않는다고 걱정했는데
오늘 아침에 떡 하니 선물을 가져다 주니 너무 너무 너무 고맙더군요. 아직 건강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요.
<모자이크 하는 법을 몰라서 작게 올려요... 죄송해요ㅠㅠ>
쥐는 조금 가까이서 보니 외상이 눈에 띄지 않아서 자고 있는 것 처럼 보였어요.
참 귀엽게 생겼는데 우리 고양이의 사냥 본능의 희생량이 되어 미안하네요.
전에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생태계의 잔인함이 새삼스러웠는데
Life of Pi 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이제는 이것도 다 자연의 순리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여지게 되더군요.
마지막은 내일 다시 가야하는 동물병원에서 찍은 사진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흑백과 원색의 조화가 맘에 드는 사진이에요. 뒤 포스터는 보너스.
P.S.그나저나 내일 병원가기 전 이동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녀석을 잡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까마득합니다....
P.P.S. 그러고 보니, 냥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즈음이 10년 점 한참 오스카 시상식이 화제가 되었을 때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