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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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네가 알려주고 간 것들단상 2019. 11. 25. 22:33
아직도 고개를 돌리면 오스카가 근처에 앉아 있을 것 같다. 오스카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된 후, 일상을 오스카에게 맞춰서 조정했었다. 오스카가 어딘가에 숨어서 낮잠을 자는 아침과 낮시간을 피해서, 아침 일찍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대신 일찍 퇴근하고 집에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전에는 학교 일을 퇴근 후에도 도서관에서 몇 시간씩 하고 오곤 했었는데 오스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과감하게 도서관 가기를 멈췄었다. 15년 동안, 유학을 했던 4년 동안에도, 오스카의 존재는 나의 큰 일부였다. 자칭 타칭 애묘인이었고, 힘든 시간 동안에도 내게 감정적인 의지가 되어준 귀한 존재였는데, 요새 몇 년 내가 너무 소홀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오스카는 나를 떠나면서도 내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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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아직은 못하겠다단상 2019. 10. 30. 19:14
오스카가 구강암이라고 알게 된 것이 이주가 조금 넘었다. 첫 며칠은 눈물만 나왔다. 그동안 오스카의 작은 변화들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다는 자책감에 너무 괴로웠고 지금도 그렇다. 수의사는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했다. 난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동물병원에 데려간 것이었는데 수술을 권하지도 않고 그런 말을 들을 줄은 꿈에 몰랐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다 내게 원인이 있다. 작년 이맘때부터 직장일이 너무 힘들어서 번아웃 상태였고 내 관심은 오로지 나 자신을 향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궁리하기 바빠서 오스카가 조금씩 살이 빠지는 것도, 입안이 곪았던 것도 몰랐다. 내가 만지는 것을 싫어해서 도망을 가더라고 붙잡고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오스카가 싫어한다는 핑계로, 할퀴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