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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iPhone SE 사용기 - 그리고 iOS 13 업데이트 망한 썰
    애플 2019. 9. 25. 02:00

    요즘도 가끔 알람으로 사용하는 내 사랑 노키아 C5

     

    내가 iPhone SE를 구입한 것은 2017년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기간이었다. 그전까지는 말만 스마트폰인 노키아 C5를 사용했었다.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쓰지도 못하고 카메라도 5MP이었지만 (거기다가 앱스토어도 망해서 앱이 없었음)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 때문에 6년 넘게 만족하며 쓰고 있었다. 자주 물건을 떨어뜨리는 나에게 노키아는 최적의 폰이었다. 아스팔트에 몇 번 떨어뜨렸는데 살짝 흠집이 날 뿐 화면이나 본체가 깨진 적이 없었다. 거기다 인기가 없는 폰이기에 누가 훔쳐갈 걱정도 없었다. 주변인들이 이제 좀 현대 문명에 편승하라는 권유에도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카톡은 맥북으로 사용하던 중이었고 폰으로 인터넷을 하지 못해도 큰 불편을 못 느끼고 있었다. (사실 폰으로 인터넷을 해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편한 것인지 몰랐던 것이지만). 고장 날 때까지 물건을 쓰자는 주의라서 6년이 아니라 10년은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노키아의 충전기에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폰이 단종되어서 충전기를 따로 구입하기가 힘들다는 걸 알았을 즈음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에서 iPhone SE를 구입했다. 나온 지 1년이 넘은 폰이라 최신 스펙은 아니었지만 노키아에 비하면 엄청 좋은 스펙에 깔끔한 디자인이 맘에 들었다. 작은 사이즈와 디자인을 고려했을 때 당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폰이었기에 결정하기가 수월했다. 

     

    iPhone SE 32G Space Gray 

    https://www.apple.com/shop/product/MP7T2LL/A/iphone-se-32gb-space-gray-unlocked

     

    그리고 펼쳐진 신세계! 맥북에서 트랙패드로 하던 게임이 아이폰에서 아니까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메일도 금방 확인할 수 있고 사진빨도 좋고 비디오 저장도 꽤 많이 되어서 메모하던 습관이 뭐든 사진 찍는 습관으로 바뀌었다. 분명 나는 맥북을 쓰고 (아마도) 평균 수준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인데도 제대로 된 스마트폰이 (미안 노키아) 얼마나 삶을 편하게 하는지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이다. 2017년 난 몰래몰래 감탄사를 연발하며 스마트폰을 만끽했다. 

     

    그러던 중 애플이 아이폰을 업데이트하면 고의적으로 성능 저하를 시켜서 새 제품 구입을 유도했다는 뉴스가 떴다. 노키아를 6년 썼는데 아이폰도 그 정도는 써야 하지 않나 싶어서 자동 업데이트를 방지하도록 설정하고 iOS 11에서 한 번도 업데이를 하지 않았다. 새로운 앱을 받았을 때 iOS 업데이를 하지 않아서 사용하지 못한 적이 종종 있었지만 아이폰이 느려질까 봐 업데이트는 꿈도 꾸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흘러 바야흐로 며칠 전, 아이폰 iOS 13 베타테스터를 한다는 직장 동료가 이제는 업데이트해도 느려지지 않는다며 업데이트를 권했다. 반신반의하며 검색을 하고 있던 중 iOS 13이 출시되었다. 다크 모드랑 memoji 등 신기한 기능에 성능 저하가 아니라 오히려 더 빨라진다는 여러 리뷰에 힘입어 업데이트를 하기로 드디어 결심! 하지만 바쁘니까 시간 나면 해야지 하고 미루고 있던 중이었다. (얼리 어댑터의 반의어를 검색해보니 굉장히 부정적인 *단어가 나왔다. 암튼 그게 나 -,-;;) 

     

    바로 어제, 갑자기 아이폰 스피커 볼륨이 너무 작게 나오기 시작했다. 어제 또(!) 폰을 떨어뜨려서 드디어 깨진 것인지 검색하던 중 새로운 iOS를 깔면 스피커의 잔결함이 고쳐진다는 내용을 발견. 그래 오늘 해 버리자 하고 다운로드를 하는데 저장공간이 부족하단다. 사진이 무려 20기가나 폰 속에 있어서 2기밖에 안하는 iOS 13를 받지 못했던 것. 사진을 맥북에 백업하고 다시 다운로드를 하고 설치을 했는데.....

     

     

    사과 마크에서 움직이질  않는 거다 ㅠㅠ 

    https://www.fonepaw.com/hardware/iphone-touch-screen-not-work-properly.html

     

    계속 기다려 보았다. 전원 버튼을 지긋이 몇 초동안 눌러서 껐다가 켜보기도 몇 번. 전원이랑 홈버튼을 같이 눌러보기도 몇 번. 그런데 안 넘어간다. 계속 하얀 사과만 보인다. 왜? 왜? 왜?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하면서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는데 새벽 1시 반에 깨서 봐도 그대로 사과만 보인다.

     

    그때부터 여기저기 검색을 시작했다. 리부팅 매뉴얼을 보고 다시 해봐도 안되고 데이터를 건드리지 않고 복원하는 유료 사이트가 있었지만 돈을 쓰긴 싫었다. 그러다가 최후의 보루였던 초기화를 하기로 했다 할 수밖에 없었다. 

     

    사과 모양이 아닌 다른 화면만 봐도 반가웠다.

    https://www.imore.com/how-to-iphone-ipad-recovery-mode

     

    아이튠즈에 아이폰을 케이블로 연결하고 전원과 홈버튼을 꾹 10초 정도 누르고 있으면 전원이 꺼진다. 전원 버튼은 놓고 홈버튼은 그대로 누르고 있으면 위와 같이 화면이 바뀌는데 정말 반가웠다. 아이튠즈에서 데이터를 건들지 않고 복구하는 모드, 초기화 설정으로 회귀하는 모드가 있었는데 처음 모드로 해도 안되길래 그냥 초기화 설정으로 해버렸다. 이것도 은근히 시간이 걸려서 계속 조마조마했다. 

     

    아무튼 새벽 3시가 넘어서 겨우 아이폰 업데이트가 되었다. 자주 쓰는 앱을 다 다시 깔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지문 인식을 하느라 시간이 엄청 걸렸다. iOS 13의 새로운 기능들을 조금씩 시험해보고 잠이 들었는데 신기함의 기쁨은 잠시뿐 하루가 지나니 금방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 

     

     

    기대했던 memoji는 아바타 선택의 폭이 좁아서 실망 중. 3D 터치도 편리함보다는 귀찮음이 한 단계 추가된 느낌이다. 하지만 다크 모드는 맘에 든다. 다 검은 배경으로 해놓으니 깔끔하게 보여서 좋다. 월페이퍼도 그냥 검은 화면으로 쓰는 중. 

     

     좌충우돌 나의 첫 아이폰 업데이트는 겨우겨우 마무리되었다. 아이폰 SE의 업데이트는 iOS 13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이제 겨우 1년 반 정도 쓰는 중인데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편히 쓸 수 있을까? 맘에 드는 물건을 소중하게 오래오래 쓰고 싶은 나에게 아이폰은 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 https://timeline.com/early-adopter-laggard-24d291e9f06a

    Laggard라는 단어가 변화에 가장 늦게 편승하는 사람들을 뜻한다고 한다.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며 소득이 낮고 나이가 많은 경향을 보인다나... 좋은 말은 하나도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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