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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어 배우는 중
    공부 2019. 10. 3. 02:00

    5월 말부터 일주일에 한 번 지역 센터에서 하는 무료 중국어 강의를 듣고 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찾아갔다. 중국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저녁 클래스를 몇 개월 다닌 적도 있었다. 시작할 때는 중국인 할머니 선생님과 나 포함 열 명의 학생들이었는데 끝날 무렵에는 선생님이 아프셔서 따님으로 바뀌고 학생은 나포함 두 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 당시는 막 중국어 붐이 불 때여서 꽤 열심히 공부했었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몇 가지 단어 - 친구, 선생님, 오늘, 내일- 그리고 '안녕' '고마워' '어디 가세요?' '나는 한국인입니다'의 간단한 문장 정도. 중국어는 어렵구나라는 인상만 강하게 받았던 것 같다. 그 후로 일본어에 빠져서 한동안 일본어만 파느라 중국어에는 관심을 둘 겨를이 없었다.

     

    그러던 작년. 한국에 오랜만에 여행을 갔을 때였다. 청두에서 환승을 했는데 영어가 전혀 안 통해서 답답했었지만 좋은 인상을 받았다. 단체로 온 중국 관광객들이 나에게 귤을 먹으라고 나누어 줬기 때문이다. 먹을 것 나눠주는 사람은 다 착한 사람 아닌가?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확 올라갔다. 평소에도 공공장소에서 중국인들이 중국어로 길을 물어오거나 질문을 해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 벨기에게 갔을 때도 누가 나한테 길을 물어본 적이 있어서 내가 길을 잘 알게 생겼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혹시 내가 친절하게 생겨서? 사실 난 극심한 길치라 나한테 길을 물어보면 안 되는데. 이 착각은 작년 이맘때 깨져버렸다. 한국에서 편의점에 갔었는데 직원이 '에잇 싸우전드 에잇 헌드러드 원 플리즈'라고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난 외모가 중국인인 거구나. 나를 자기네 일원(?)으로 인정해주는 중국을 내 마음의 고향으로 삼기로 조용히 결심했다-.-;;

     

    중국어를 공부하는 이유

    - 무료 강의: 선생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기회가 흔하지 않으니까. 

    - 사회봉사: 어차피 중국인으로 오해받는다면 누가 길 물어보면 중국어로 한 번 알려줘 보자. 

    - 뇌의 노화 방지: 꼭 언어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것이 뇌에 좋다고 하니까. 

    - 학생으로 돌아가자: 학교에서 가르치기만 하는 입장에서 학생들이 어떤 기분으로 배우는지 종종 잊곤 한다.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 중국인 남자 친구?: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무튼, 중국어 클래스에 처음 갔을 때는 벌써 교과서의 8단원까지 진도가 나간 상태였다. '어디 가세요?' '나는 한국인입니다'라는 문장밖에 모르는 실력이니 거의 못 알아듣는 게 당연했다. 숫자도 일부터 십까지 얼추 말은 하는데 사성은 다 틀리게 외웠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다행히 매주 진도가 빨리 나가는 편이 아니라서 놓친 부분의 진도를 조금씩 따라잡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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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에서 쓰는 교재는 북경 언어대학에서 만든 교재라고 하는데 구성이 꽤 잘 되어있다. 지금은 13과까지 진도가 나간 상태. 영어와 일본어를 현지에서 부딪히며 배웠기 때문에 중국어는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 내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는 연말 정도에 다시 점검해 볼 생각이다. 

     

    내가 공부하는 방법 몇 가지

     

    - 교과서가 녹음된 mp3를 운전할 때마다 듣는다. 주로 그 주에 공부하는 단원을 반복해서 듣는데 가끔은 그냥 아무 단원을 랜덤으로 틀어놓고 생각 없이 따라 하고 있다. 아이들도 이런 식으로 아무 생각 없이 언어에 노출되어서 배우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뜻이나 성조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중. 

     

    - 발음은 영어로 된 발음기호를 의존하기보다는 mp3나 선생님의 발음을 따라 하려고 노력한다. 발음 기호에 담아지지 않는 소리가 많은 것 같아서다. 중국어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한참 소리를 익힌 후에 교과서를 보고 글을 보면서 혼자 읽어본다. 혼자 읽었을 때 성조가 생각이 안 나거나 막히는 부분은 다시 듣는다. 

    혼자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연습하려고 하는데 이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잘 못하고 있다. 

     

    - 교과서 중간중간에 '듣고 말하기'라는 부분이 있는데 간단한 문단을 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친구를 보러 갔다.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다. 버스가 왔다. 목적지를 확인했다. 버스를 탔다.' 같은 아주 간단한 문장들의 나열이다. 쉬워 보여도 막상 외워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외웠을 때의 성취감이 꽤 크다. 지난주에는 처음으로 선생님 앞에서 외운 것을 말해봤는데 틀렸지만 칭찬을 받아서 동기부여가 되었다. 언어 공부에서 칭찬이 참 중요하다고 새삼 느꼈다. 

     

    - 하루에 5분 공부하기! 매일 한 시간 공부하기 같은 계획은 세워도 지켜지지도 않으니 5분이라도 하자고 결심했다. 5분 하다 보면 10분도 하게 되고 30분도 하게 되는 날도 있다. 물론 안 하는 날이 더 많다. 

     

     

    며칠 전 아침 일찍 기차역에 서있는데 역시나 중국인이 나에게 길을 물어왔다. 내가 중국어로 '저 중국어 못해요'라고 말을 하자 실망한 표정을 보였다. 난 내 말이 통했다는 기쁨을 뒤로하고 영어와 바디 랭귀지로 길을 알려주었다. 그 후에 그 상황을 다시 곱씹어보니 중국어로도 길을 알려줄 수 있었는데, 이 단어를 이렇게 쓸걸, 하는 후회가 좀 들었다. 아무튼 이렇게 넉 달 넘게 공부를 해오면서 조금씩 배워가는 기쁨을 누리는 중이다. 수업시간에 발표를 해서 칭찬받을 때고 있고, 중국 영화를 보면 가끔 알아듣는 단어도 나온다. 딱히 목표가 있어서 하는 공부가 아니다 보니 이 열정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전형적인 교과서 위주의 공부법이라서 누군가와의 대화에는 전혀 자신이 없다는 것. 교과서는 달달 외우는데 말은 안 나오는 - 이거 한국식 영어공부의 문제점 이야기할 때 단골로 나오는 주제인데 -- 실전에 약한 스타일이라는 것. 대만 한 달 살기 같은 걸 해서 현지에서 부딪히며 배워볼까? 아무튼 꾸준히 조금씩 해 나가면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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