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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예능] 우리집 단샤리 했습니다. 도와줘요 야마시타상 (5월 18일)
    미니멀리즘 2020. 5. 19. 18:40

    우연히 보게 된 일본 방송 '우리 집 단샤리 했어요. 도와줘요 야마시타상'.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요새 자가격리 중인 사람들에 유용한 방송 같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주변에 있는 물건에 눈길이 가기 마련. 나만해도 벽에 페인트칠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몇 년이나 잘 살았으면서 록다운 기간 중 갑자기 그 벽이 거슬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결국 페인트칠을 해버림ㅋㅋ) 

    단샤리断捨離  - 끊고 断, 버리고 捨, 떠난다 離는 뜻

    내가 본 5월 18일 방영분은  '20개의 자격증을 가진 여자, 어머니의 주박 (呪縛 주술로 묶어버리는 것)을 벗어버리자'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었다. 주박이라니 엄청난 저주라도 있었나? 어머니가 무당이었나 했는데 그것까지는 아니었다. 주인공은 50대 후반의 성인 자녀를 가진 평범한 주부. 방이 네 개인 아파트에 살고 정리정돈에 관련한 자격증을 20개 넘게 가지고 있는 키미코라는 여성이었다. 방송을 계속 볼 수록 주변에 있으면 호감을 가질만한 상식적이고 단정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집 안의 첫인상은 정리정돈 자격증을 가진 만큼 꽤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단샤리의 창시자라는 야마시타상이 한줄평 하기로는 '예쁜 변비' -.-;; 방 안이 장이라고 하면 물건들이 잘 정리된 모습으로 정체되어있다는 것이다. 

    집안을 둘러본 야마시타상 왈:

    - 정리 정돈을 배우기 전에 물건의 필요 유무를 결정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불필요한 물건을 잘 정돈해보았자 자리만 차지할 뿐. (의역)

    - 단샤리는 정리정돈이 잘 된 상태가 아니라 반짝반짝하고 반할 정도의 무언가 이다. (콘도 마리에의 설렘 같은 개념인가?)     

    - 물건이 쌓였다는 건 물건에 대한 미뤄진 결정들이 쌓였다는 것이다 (의역)                     

    - 날 새로운 인생으로 데리고 가줄 물건만 남겨라 (이건 예고편에서 한 말 일 수도)

    키미코의 근원적인 문제는 4년 전 작고하신 어머니와의 관계였다. 전업주부로 손재주가 좋았던 어머니는 건강이 악화되자 딸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자신이 전업주부로서 희생했다는 사실을 딸에게 누차 말했다고 한다. 또 어머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 집에 물건이 너무 많았던 것이 콤플렉스였는데, 나중에 친정집을 팔 때 물건을 처분해야 했을 때 업자를 불러서 짐을 다 버렸던 것에 대해 어머니가 원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지저분한 집에 살았던 콤플렉스 때문에 또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정리정돈 자격증을 20개나 땄던 그녀. 정리정돈에 대해 지식이 많았던 탓일까? 수납가구가 많았는데 그게 큰 짐이 되어버려 있었다. 

    단샤리 팁 1: 우선 수납가구를 처분해라. 그러면 물건이 줄어든다. 

    비포: 세탁기 왼쪽 수납장 속에 수납상자들이 빼곡히 들어가 있다.
    애프터: 수납장 속에 수납상자가 없어지고 더 깔끔해졌다.

    수납 상자 안에 있는 물건은 어차피 자주 쓰는 물건은 아니었을 듯. 게다가 앞으로 튀어나와 있던 상자들이 없어져서 훨씬 보기 좋다. 밖에 나와있던 플라스틱 선반도 치워서 지저분한 풍경이 많이 사라졌다. 수납가구들은 많이 사면 절대 안될 듯. 

    단샤리 팁 2: 공간뿐 아니라 사용 빈도수를 생각해라. 

    비포: 정리는 가지런히 잘 되어있지만 물건이 엄청 많다.

    정리 상자에 빼곡히 담겨있는 물건들. 심지어 상자 밑에 또 한층의 상자가 더 있었다. (나도 저랬는데 ㅠㅠ) 다 꺼내보니 쓰지 않는 물건이 대부분. 물건이 공간을 얼마나 차지하는 것도 생각해야 하지만 그 물건의 시간, 즉 사용 빈도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야마시타상. 결국 받은 물건,안 쓰는 물건은 다 버리고 현재 사용하는 물건만 추려내었다. 

    애프터: 물건이 확 줄었다. 
    애프터: 위에서 보면 더 정갈한 느낌. 

    오른쪽에 있는 유통기한 순서대로 번호 매겨진 화장품들은 쌀 때 한꺼번에 사둔 것이라는데 유통기한이 신경 쓰인다. 저거 언제 다 써? 암튼 물건들 간에도 공간의 여유가 생겼다. 

    단샤리 팁 3: 같은 종류의 물건을 한 곳에 모아 보라.

    비포: 키친 카운터 밑이 다 수납장이었다.

    키친 카운터에는 원래 의자도 놓고 간단히 식사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수납의 달인인 키미코상은 수납장을 빼곡히 넣어 놓고 있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식기류. 우선 집안에 있는 컵 종류를 한 곳에 모아서 식탁에 놓아 보았다. 

    수납되어 있던 컵과 찻잔들 -이걸 다 언제 써?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물건을 한 곳에 모아 보면 시각적 충격을 받게 된다. 이렇게나 많은 컵이 있었다니! 이걸 다 언제 쓰겠냐 싶다. 한 번도 안 쓴 것도 꽤 많을 듯. 

    사용할 것들만 남겨보니 갯수가 좀 줄음. 

    나중에는 안 쓰는 컵들과 잔들을 처분했는데, 솔직히 이것도 아직 많은 것 같다. 다행히 키미코상이 한 번 더 솎아내야겠다는 말을 했다. 이것뿐 아니라 접시며 잡동사니를 다 꺼내놓고 분류하고 처분해서 키친 카운터 밑에 공간이 생겼다. 

    단샤리 팁 4: 나의 인생관에 맞는 물건만 남겨라.

    애프터: 여백의 미!

    키친 카운터 밑이 확 비워졌다. 아직 오른쪽에 있는 작은 수납장이 거슬리긴 하지만 이 정도도 훌륭하다. 이제 키친 카운터로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카운터 왼쪽에 어머니의 영정사진과 꽃병이 있는데, 키미코상은 나중에 이것들을 방으로 옮겨놓았다. 지금까지 어머니의 존재감에 압도되어서 살아오던 그녀가 주체적으로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인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이걸 쓰면서 나도 내 주변의 물건에 압도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방 안을 한 번 둘러보았다)

    비포: 복작복작 빼곡히 채워져있는 공간
    애프터: 깔끔!

    단샤리 팁 5: 공간의 균형과 조화를 생각해라.

    이 애프터 사진도 꽤 훌륭한데 야마시타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공간의 균형을 생각했다. 티브이가 큰데 그에 맞는 공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며 방 구조를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조화로운 거실이 탄생했다.

    애프터 V2: 균형잡힌 구도

    소파를 사진 밑의 벽 쪽으로 붙이고 티브이를 가운데에 놓아서 균형을 잡아주었다. 창문 왼쪽의 이발소 풍의 후지산 그림도 치우고 키미코상이 그렸다는 그림으로 바꾸니 공간이 훨씬 살았다. 비포에서 키친 카운터 위에 걸린 그림도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치우니까 훨씬 나았다.

    단샤리 팁 6: 물건에 얽힌 기억에서 자유로워져라

    방영 중에 키미코상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몇 번 나오는데 물건에 얽힌 어머니와의 기억들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맘대로 주문해서 사라고 강요했던 키모노라던지, 어머니가 만든 물건들, 혹은 자격지심 때문에 땄던 자격증들 (남편이 돈지랄이라고 했다고 함 ㅋㅋ)이 나올 때마다 그녀의 내적 상처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내가 버리지 못하고 있는 물건들,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고 있는 물건들은 나의 심리적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상처들의 원인을 생각해보며 물건을 처분하는 것이 일종의 심리치료가 되는 듯했다. 키미코상은 나중에 자격증들을 다 찢어서 처분했다 (일본은 종이 재활용을 안 하는지 그냥 쓰레기 봉지에 넣었다ㅠㅠ) 이 와중에 심리치료사 자격증도 있었는데 까먹고 있었다가 발견한 키미코상 ㅋㅋ 그 수료증도 빡빡 찢어버렸는데 자신의 낮은 자존감, 자격지심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나의 감상:

    생판 모르는 남의 집인데도 깨끗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쾌감이 있었다. 사실 이 집의 옷장이나 딸의 방까지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나머지는 키미코상이 스스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방송을 보면서 오랜만에 블로그 포스팅을 할 정도의 에너지를 얻었다. 재택근무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옷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옷장은 나를 설레게 하는 옷은 거의 없는데도 옷이 너무 많아서 옷을 걸 때마다 짜증이 난다. 다 버리고 새로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스쳤지만 그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도 옳지 않은 것 같다. 이 방송에서 얻은 팁들을 적용해보자면:

    단샤리 팁 1: 우선 수납가구를 처분해라. 그러면 물건이 줄어든다: 옷걸이 숫자를 세어보고 안 쓰거나 불편한 옷걸이는 처분해 볼까?

    단샤리 팁 2: 공간뿐 아니라 사용 빈도수를 생각해라: 자주 안 입는 옷은 처분해야겠지? 거의 다 안 입는데 ㅠㅠ

    단샤리 팁 3: 같은 종류의 물건을 한 곳에 모아 보라:옷의 종류대로 펼쳐놓고 같은 종류의 옷이 얼마나 많은지 한 번 비주얼 쇼크를 받아야 정신을 차릴지도 모르겠다. 

    단샤리 팁 4: 나의 인생관에 맞는 물건만 남겨라미니멀리즘을 접한 후 많이 변화한 인생관에 맞게 스타일을 바꿔봐야겠다. 그 외의 옷들은 처분할 것. 

    단샤리 팁 5: 공간의 균형과 조화를 생각해라: 옷장을 열 때마다 짜증이 나지 않도록 공간의 여유가 있을 정도의 옷만 남길 것. 

    단샤리 팁 6: 물건에 얽힌 기억에서 자유로워져라: 혹시 부정적인 추억이 있는 옷이라면 과감하게 처분해야겠다.

    요즘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H&M에서 헌 옷/헌 천 재활용 수거를 하는데, 헌 옷을 가져다주면 할인 쿠폰을 준다. 할인 쿠폰을 써서 또 헌 옷을 만들라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재활용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게 처분할 수 있을 듯. 

    자, 날 새로운 인생으로 데리고 가줄 물건들만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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