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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스포有
    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20. 1. 11. 18:42

    많은 매체에서 수없이 언급되는 것을 들었지만 이제야 보게 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일본 제목은 そして父になる、영어로는 Like Father, Like Son (부전자전)이다. 일본 제목을 직역하면 '그리고' 혹은 '그래서'가 맞지만 한국어 제목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 '그렇게'라는 세 글자에 많은 감정과 환경의 변화가 함축되어 있다.

    영화는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여러 번 일어났고 한국 드라마에서도 가끔 등장하는 '병원에서 애가 바뀌는 사건'을 다룬다. 이 영화에서는 흥미롭게도 병원에서 아이들이 바뀐 것이 실수가 아닌 고의로 밝혀진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간호사가 행복하고 부유해 보이는 주인공 가족의 아이를 바꿔놓은 것. 나중에 사과를 하긴 하지만 두 가족의 운명을 뒤흔들어놓은 죄를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연기하는 노노미야는 성공한 건축가지만 늘 바쁘다. 전업주부인 아내는 외동아들 케이타를 키우는데 혼자서 온 힘을 쏟는다. 어느 날 병원에서 연락을 받고 아이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사이키 부부를 만나는데 노노미야와는 정반대. 시골에서 전기상을 운영하며 큰 야망 없이 산다. 케이타와 바뀐 아이는 류세이인데 류세이 밑으로 여동생 남동생이 한 명 더 있다. 

    병원은 아이들을 '교환'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망설이는 두 가족. 병원과의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에 서로 만나면서 아이를 서로의 집에 보내며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엄격한 노노미야와는 달리 다정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이키를 잘 따르는 케이타. 그런 모습을 보고 좀 서운함을 느끼는 노노미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사이키에게 노노미야는 자신들이 두 아이들을 모두 키우고 싶다고 말하지만 강하게 거절을 당한다. 결국 아이들을 '교환'하기에 이른 두 가족. 예상대로 아이들과 부모들은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다정한 사이키 집안의 분위기 속에서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는 케이타. 한편 엄격한 노노미야와 류세이는 계속 부딪힌다. 결국 류세이는 몰래 기차를 타고 시골집으로 가출을 한다. 류세이를 데리러 간 노노미야는, 케이타의 얼굴도 보지 않고 류세이만 데리고 다시 집으로 간다. 노노미야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오히려 옷장에 숨어버리는 케이타 ㅠㅠ

    시행착오를 거쳐서 친아들인 류세이와 드디어 친해지기 시작한 노노미야 부부. 하루 종일 집안에서 캠핑놀이를 하며 잘 지내는 것 같았지만 자기 전에 '(사이키) 아빠 엄마네 집에 가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며 자는 류세이. 그다음 날 아침, 노노미야는 전에 케이타가 가지고 놀던 카메라를 보다가 케이타가 찍은 자신의 사진들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결말은 생략^^

    이렇게 사건의 나열만 해두니까 진짜 재미없는 영화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재미는 사건 사이사이의 공백에 있다. 비를 머금은 듯한 푸른빛이 도는 회색 화면. 피아노만으로 구성된 배경음악도 흥미롭다. 노노미야가 자신의 아버지와 어색하게 재회할 때는 옆집에서 서투른 피아노 연습 소리가 들려오고, 노노미야 부부가 친아들인 류세이와 친해지면서 캠핑 놀이를 할 때는 빠르고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깔린다. 이 영화의 주제가 격인 바흐의 골드버그 변주곡의 느리고 애절한 멜로디는 생과 사만큼은 아니어도 어쩌려야 어쩔 수 없는 영화 속의 갈등을 잘 대변해준다. 

    바하의 골드버그 변주곡

    냉정하고 이성적인 노노미야는 착하기만 하고 경쟁심이 없는 아들 케이타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는데, 친아들이 아닌 것이 밝혀지자, '역시 그랬군'이라며 납득을 해버린다. 물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자신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아들에게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 하지만 친아들 류세이를 막상 데리고 왔어도, 자기 자신의 외모는 닮았을지언정, 자기 뜻대로 아들이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아버지의 날에 카네이션을 두 개 만들어서 하나는 아빠에게 하나는 로봇을 고쳐준 사이키 아저씨에게 준다고 하는 케이타에게 내심 서운했던 노노미야. 나중에 케이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자신의 사진들을 보고서야 자신을 향한 케이타의 애정을 깨닫는다. 육체적으로 아버지이건 아니건, 애정에 대해서는 꼬마 케이타보다 더 서투른 자신을 그제야 보게 된 것일까? 나이도 피도 상관없이, 애정을 쏟고 받은 만큼 가족이 된다. 아무도 죽지 않았지만 눈물이 그치지 않았던 영화. 왜 다들 고레에다 감독을 칭찬하는지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양쪽 가족의 어머니로 나온 여배우들이 '최고의 이혼'에도 나온 배우들이라 반가웠다. 드라마와 영화에 비슷한 시기에 캐스팅됐던 것일까? 

    2013/02/01 - [영화•드라마•애니•만화] - 일본 드라마 '최고의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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