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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탠드업 코미디
    단상 2019. 9. 28. 01:00

    https://lifelafter.com/onlineopenmic/

     

    교회에서 자선 단체를 위한 모금을 위해서 주최한 스탠드업 코미디에 다녀왔다. 과연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즐길만한 코미디가 가능한 것인지 은근히 불안했다. 보통 스탠드업 코미디라면 낯 뜨거울 정도의 야한 농담, 특정 그룹을 비꼬는 내용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교회 행사에 맞는 건전한 코미디언들이 있기는 한 건지, 그런 코미디가 과연 웃길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메인 코미디언은 맨 마지막 순서였고 앞 순서에는 세명의 코미디언들이 짤막하게 순서를 맡았다. 한 농담을 끝내고 그다음 농담을 시작하는 그 몇 초의 시간이, 지켜보는 나에게는 몇 분처럼 느껴졌다. 방금 농담 반응 별로였나? 수위 조절에 실패한 것 같은데. 그럼 다음엔 뭘 하지? 코미디언들의 동공의 움직임,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재빨리 머릿속 카탈로그를 뒤져서 다음 농담이 적힌 카드를 뽑는 과정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메인 코미디언을 뺀 나머지 앞 순서 사람들은 몇 번 수위 조절을 실패하고 말았다. 동성애와 특정 지역의 여성들을 비꼬는 농담에서는 대부분이 교인인 관중들이 크게 웃음을 터뜨릴 수 없지 않은가. 역시 경험이 많아 보이는 마지막 순서의 코미디언이 제일 실력이 좋았다. 제일 웃겼다가 아닌 제일 노련했다는 의미이다. 불편할 만한 소재는 다 피하고, 사람들이 평소에 느꼈을 만한 공항과 비행기에 관한 불만을 농담으로 승화시킨 것이 똑똑한 결정이었다. 거기다가 중간중간 같은 농담을 반복하는 것도 일관성이 유지되어서 괜찮았다. 

     

    제일 인상 깊었던 농담 - 왜 비행기에서 기장이 꼭 방송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도대체 지상 5000미터 위에 있다는 걸 왜 알아야 하는 거죠? 영화 보다가 맥이 끊기기만 할 뿐 전혀 필요 없는 정보 아닌가요? 거기다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왜 현지 날씨를 알려주는 거죠? 난 이미 짐을 다 쌌다고요? 날씨가 춥다고 말해주면 뭐해요? 난 벌써 짐 다 싸서 어쩔 수 없는데 ---> 하나하나 다 공감했다 ㅋㅋ

     

    코미디언들은 매사를 약간 비틀어서 봐야 하고 모든 현상에서 허점이나 모순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뭐든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옳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의구심이 들면 찬찬히 뜯어보는 것이다. 유머감각이 부족한 편인 내가 이걸 알아도 순발력 있게 응용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일상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보면서 삶 속의 비효율성이나 모순을 없앨 수 있다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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