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드 - 신입사관 구해령(2019)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19. 10. 4. 02:00
한드를 오래 보다 보면 제목만 봐도 내용을 알 것 같은 때가 많다. 제목을 보면 한드의 단골 소재인 기억상실증, 출생의 비밀, 불치병, 삼각관계, 신분 차이 로맨스 중 뭐가 나오겠거니 얼추 짐작이 간다. '신입 사관 구해령'은 제목에서는 딱히 감이 오는 것이 없었다. 다만 외모가 뛰어난 주인공들을 내세운 로맨틱 퓨전 사극이겠거니 했다. 초반에는 남주의 연기가 거슬려서 드라마의 다른 부분에 신경 쓰지 못했다. 연기를 잘하는 것이 뭔지 잘 모르는 나지만 항상 똑같은 표정을 하는 배우의 연기가 아직 여물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겠더라.
http://star.hankookilbo.com/News/Read/201907172105018605
알고보니 나는 '얼빠'였다. 예쁜 배우들이 하늘하늘 파스텔 톤의 한복을 입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싫지는 않았던지 계속 보게 되었다. 자유를 갈망하는 신여성 캐릭터인 구해령이 (실존하지는 않은 직분인) 여성 사관으로서 궁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일과 연애 두 마리 토끼를 좇는 모습이 배경만 조선시대일 뿐 흔한 로맨틱 코미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분 좋게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거니 했는데 가끔 의미심장한 말들이 들려온다. '도원 대군이 누구의 아들인지...' '청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금서를 찾고 있는데..' '넌 궁 밖을 나가면 아니 된다!' 어? 신분 차이 로맨스가 기본값인 건 알았지만 거기다가 출생의 비밀도 있었네? 역시 한드... -.-;; 약간 실망하던 중에 드라마의 내용이 로맨스에서 비껴나가서 전염병을 막아내는 에피소드와 천도교 박해, 여성 사관의 인권 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들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오, 나름 개념 드라마였군. 그러다가 다시 두 남주의 분홍빛 로맨스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할 즈음, 시간적 여유가 없어져서, 드라마 보기를 잠시 멈췄다. 하지만 언젠가 끝까지 봐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는데 풀리지 않는 궁금증 몇 가지 때문이었다.
- 도원 대군의 출생의 비밀은 뭐야? 왕 아들이 아니면 누구 아들?
- 구해령은 자유를 원하는 신여성인데 도원 대군 하고 결혼하면 속박당하지 않나?
- 구해령은 왜 어린 시절을 청나라에서 보낸 거지? 얘의 출생의 비밀은 뭐임?
- 대비마마랑 의술이 뛰어난 여인이 뭘 꾸미는 것 같던데 무슨 음모임?
- 몇몇 인물들이 찾아다니던 금서 '허담 선생 전'은 무슨 내용이길래?
http://www.samnam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75787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2779759&memberNo=30729681
보기 시작하다가 몇 회만에 손절하는 드라마가 많은 편인데, 이렇게 궁금한 점을 남겨서 극의 후반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작가의 실력에 비범한 내공을 느낀다. 흔히 용두사미 하기 쉽지 않은가? 마지막 몇 회를 몰아서 보는 중에 궁금증이 하나하나 풀리면서도 결말이 짐작 가지 않아서 흥미진진했다. 조정의 대부분의 신하들이 목소리를 모아서 비리를 밝혀달라고 하는 장면과 마지막에 나오는 두 주인공의 자유연애(?)에서 비현실성이 느껴졌지만 해피 엔딩을 위한 불가피한 판타지적 요소로서 봐주기로 했다. 여성도 관직에 오를 수 있고, 음모 술수와 비리는 밝혀지며, 자유롭게 연애를 할 수 있는 조선시대라...... 그때 깨어있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았더라면, 진짜 서래원같은 곳이 있었더라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작가의 상상력 덕분에 기분 좋은 꿈을 꾼 기분이다.
'영화•드라마•애니•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꽃 필 무렵 - 12회까지 리뷰 (스포有) (0) 2019.10.09 애니 - Given (0) 2019.10.05 웹툰 - 좋아하는 부분 (0) 2019.10.02 영화 - 라이온 킹 (2019) (0) 2019.09.27 애니 - Mix: Meisei Story (0) 2019.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