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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 - Given
    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19. 10. 5. 02:00

    밴드에 대한 애니를 쭉 좋아해 왔다. '나나'는 만화책으로 처음 접했는데 애니를 보고서는 주제가에 완전 꽂혀버렸었다. 'Beck'도 정말 재미있게 봤고 주인공이 솔로로 불렀던 노래도 참 좋아했다. 최근에 방영되고 있는 'Carol & Tuesday'도 (애니의 느린 진행 때문에 지금은 안 보고 있지만) 초반에 나온 몇 곡은 정말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GevekTQ1Vqo

    벡의 주인공인 '코유키'가 다른 밴드의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밴드에 관한 만화보다 애니가 더 좋은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음악이다. 물론 음악이 기대 이하라면 아쉽겠지만, 대부분의 애니화 된 만화들은 음악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라 아직까지 크게 실망한 적이 없던 것 같다. 음악과 더불어 밴드 멤버들의 인간관계와 성장, 성공과 실패는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밴드에 몸 담았었거나 음악 좀 해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감정 이입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다. 

     

     

    최근에 종영을 한 'Given'의 이미지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큰 기대가 없었다. 원작인 만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을뿐더러 요즘 일드와 애니에 관한 흥미가 점점 떨어져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번 분기는 일드는 한 편도 안 봤고 애니도 두세 편만 챙겨보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Given'이었다. 

     

    이 이미지를 볼 때에는 아직 아무 것도 몰랐다. 

     

    밴드에 관한 애니메이션이 흔히 따라가는 순서가 있다. 

    1) 밴드의 결성 혹은 멤버 교체 2) 특별한 재능 있는 멤버의 활약 3) 공연을 위한 연습과 내부 갈등 4) 밴드 해체 5) 열린 결말

     

    밴드의 생성과 성장을 따라가야 하기에 어쩔 수 없긴 한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사이사이를 어떤 디테일로 메꾸냐가 작품의 재미를 결정한다. 그런 면에서 'Given'은 신선한 디테일이 많다. 너무 신선해서 뒤통수를 '빡' 맞은 기분이랄까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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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눈치가 많이 없는 편이다. 모임에서 커플이 생기면 제일 늦게 알아채는 사람이 바로 나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도 뒤늦게 알아채고 그동안의 실수에 낯 뜨거워한다. 주인공인 리츠카가 기타 초보인 마후유에게 점심시간마다 기타를 가르쳐 주는 장면에서 난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애들이 순수하네'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마후유의 죽은 친구에 대한 내용도 성장통을 표현하는 장치인 줄 만 알았다. 베이시스트인 하루키가 드러머인 아키히코가 자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는 장면에서야 '어?' 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 애니는 BL이구나. 리츠카와 마후유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마후유는 죽은 남자 친구와의 추억을 가사로 만든다. 하루키는 아키히코를 짝사랑하고 아키히코는 바이올리니스트인 베프를 짝사랑한다...

     

    돌이켜보면 뭔가 대단한 일들이 일어나는 내용은 아니다. 안 친했던 애한테 기타를 가르쳐주면서 서서히 친해지고 밴드에 영입한다. 공연의 기회가 생겨서 연습을 시작하는데 약간의 갈등. 신곡을 써야 하는데 가사가 완성이 안된다. 결국 공연 당일까지 가사는 완성되지 않고 그냥 노래 없이 가기로 하는데... 

    https://youtu.be/DYTI7GNMGYU

     

    애니 속에서는 마후유의 재능이 천재적이라고 묘사되는데 딱히 이 노래의 목소리가 그렇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마후유의 아픔과 사랑을 잘 표현한 감정선은 높이 사고 싶다. 가사를 이해하면서 들었던 것도 아니고 멜로디가 귀에 꽂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사무치는 애절함에 뭔가 특별함을 느껴져서 몇 번을 반복해서 들었다. 

     

    일본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잔잔하고 느린 일상이 'Given'에서도 펼쳐진다. 자살한 친구 이야기를 빼면 큰 갈등도 없고, 밴드로서의 성공을 향한 야망도 별로 없다. 그저 학교 갔다가 밴드 연습 가고, 공연 한 번 하고, 연애하는 이야기. 제대로 된 노래도 애니의 끝부분에 딱 한 번 나오고 만다. 뒤통수를 맞은 배신감 (사실 내 눈치 없음에 대한 부끄러움이다)에도 불구하고 매주 다음 에피소드를 챙겨보고 결국 끝까지 다 보고 난 지금, 'Given'을 BL이 아닌 밴드 애니로 분류하고 싶다. 연애 감정을 성별과 무관하게 담담하고 보편적으로 그려내서 그런 것 같다. 작은 라이브 하우스에서 겨우 한 번의 공연인데도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 모습을 가볍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지만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은 특별한 일상과 감정들. 그것들을 모아 보면 하나의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게 꽤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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