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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 4분간의 마리골드 1화 리뷰 (스포 有)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19. 10. 13. 02:00
리뷰를 쓰면서 자주 지적하게 되는 한드의 클리셰가 몇 가지 있다. 출생의 비밀, 신분 차이나는 연애, 거기에 따른 결혼 반대하는 부모, 불치병, 교통사고, 쌓이는 오해 등 많이 포함될수록 최강의 막장드라마가 되는 요소들이다. 일드에도 자주 등장하는 요소들이 있는데, 정의롭지만 요령이 없는 주인공, 불치병, 교훈적 독백, 가족애나 인류애가 넘치는 신파 장면, 새드 엔딩 등이 되겠다. 일드 특유의 약간 뿌옅고 부드러운 조명처럼 일드는 눈물샘을 건드리는 드라마가 특히 많은 것 같다. 워낙 으쌰 으쌰하고 다 같이 누군가를 응원하는 걸 좋아하는 민족이기도 하고, 여러 자연적 재난으로 인해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인 걸까. 전통적으로 와비사비, 혹은 불완전함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인생의 덧없음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어찌 보면 지혜롭지만 한 편으론 수동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후쿠시 소우타 주연의 '4분간의 메리골드' 1화를 시청하는 동안 두어번은 눈가가 촉촉해진 것 같다 ㅠㅠ 소방서의 구급요원인 미코토 (후쿠시 소우타)의 직업 특성상, 긴박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코토의 상황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위 포스터 속 인물들이 미코토의 가족이다. 왼쪽부터 시로 (댕댕이), 막내 아이, 큰 형 렌, 미코토 그리고 누나 사라. 미코토의 아버지와 세 남매의 어머니의 재혼으로 한 가족이 되었지만 재혼한 지 1년 후 미코토가 10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사진작가라서 집에 잘 없지만 의붓 사 남매는 사이가 좋은 편이다. 미코토는 왁자지껄한 집안 분위기와 가족을 사랑하는 성실한 청년이다. 사실, 의붓 누나인 사라를 짝사랑하고 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사진을 검색하다가 원작인 만화책을 발견했는데, '3월의 라이온'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림체만 보면 잔잔하고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 하지만 의붓 남매의 사랑이야기인지라 막장 드라마가 될 것도 같은데, 여기에 또 하나의 장르가 얻혀져 있다. 이런 걸 히어로물 아니면 초능력 물이라고 하던가? 미코토는 사실 초능력자인데, 타인과 손바닥이 닿으면 그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 알게 되는 능력이 있다. 응급환자를 구조할 때 손이 닿으면 그 사람의 운명을 알게 되고 상황을 바꾸려고 애를 써보지만 결국 운명대로 되고 만다. 여기서 당연히 궁금해지는 건, 사랑하는 이복 누이의 운명을 미코토는 알고 있을까 하는 것. 다행히 진행이 빨라서 1화의 마지막에서 미코토는 사라와 손바닥을 마주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미코토는 사라가 내년 생일에 죽는 장면을 보게 된다.
으아아, 이건 결코 해피엔딩이 나올 수가 없는 전개이다. 운명대로 죽어도 슬프고, 어찌어찌 운명을 바꾼다고 해도 의붓남매가 결혼하는게 쉽지도 않을뿐더러, 가족 전체를 극진히 사랑하는 미코토이기에 누나라는 존재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가만 보니 매회마다 울컥하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 설정이 나올 것만 같은데 ㅠㅠ
https://comicspace.jp/title/110655
작가를 검색하다가 다른 표지를 발견했는데, 3권 표지는 뭐야? 사라가 웨딩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미코토의 옷차림은? 신랑? 경찰? 다른 만화를 리뷰하면서 일본에서 의붓 남매의 결혼이 가능한지 알아본 적이 있다
https://willyousingforme.tistory.com/22
결론은 피만 안 섞이면 가족 호적에 같이 올라있어도 가능. 하지만 아무리 일본이라도 정서적 거부감이 아예 없지는 않은지, 드라마 홈페이지에서도 '금단의 러브스토리'라고 나와 있긴 하다. 이렇게 새드 엔딩의 기운이 넘쳐나는 드라마를 계속 볼 것인가? 아마도 그럴 것 같다.
개인적인 관전 포인트 몇 가지.
1. 사라 역인 '나나오'라는 배우가 선한 역으로 나온게 신선하다. 주로 악녀역을 맡는 배우인데 모처럼 청순한 배역을 맡은 그녀의 연기 변신을 보는 재미가 있음. 전에 '정렬대륙'이라고 유명인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에 나온 적이 있는데, 의외로 소박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렇게 예쁜 사람도 엄청 노력하는구나 하고 반성함. 엄청 말랐는데도 운동 엄청하더라2. 미코토 역인 '후쿠시 소우타'는 보고 있으면
눈과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사생활은 모르겠지만 워낙 선한 역만 맡아서 보고 있으면 무조건 응원하고 싶어진다. 내레이션으로 들리는 그의 중저음 목소리도 듣기 좋음.3. 아무래도 결말이 신경쓰인다. 4분간의 마리골드라는 제목의 뜻고 궁금하고, 제발 내 예감이 틀려서 해피 엔딩이길 바라는 마음도 살짝 있다. 두 주인공이 맺어지지 않더라도 사라가 죽지만 않으면 만족할 텐데.
https://lajollamom.com/the-role-marigolds-play-in-dia-de-los-muertos/
마리골드/메리골드의 꽃말을 찾아보다가 이런 사진도 발견했다. 멕시코에서는 '망자의 날'에 영혼들이 무덤에 찾아오도록 메리골드를 장식한다고 한다. 그 선명한 색과 강한 향기로 망자들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나? 그렇다면 '4분간의 메리골드'라는 제목은 혹시, 사라의 영혼이 미코토가 매년 생일 선물로 주는 메리골드 때문에 떠나려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힌트일까?
문화권마다 꽃말이 좀 다른 것 같아서 일본 사이트에서 찾아본 메리골드의 꽃말.
https://lovegreen.net/languageofflower/p30223/
슬픔, 변하지않는 사랑이라는 뜻과 함께 노란색 메리골드는 건강, 오렌지색 메리골드는 예언을 뜻한다고 한다. 모두 드라마의 내용에 껴 넣을 수 있는 단어들이다. 작가는 혹시 '예언'이라는 단어에서 미코토의 초능력을 구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참, 꽃말이라는건 누가 언제 정한 걸까? 왜 맘대로 꽃들에게 의미를 부여한 거야? 좋은 뜻만 있으면 그래도 괜찮은데 부정적인 뜻도 꽤 많은 게 불만이다. 그저 아름다운 꽃을 보고 좋은 생각만 하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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