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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 겨울왕국 Frozen 2 리뷰 (스포 有)
    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19. 12. 15. 17:04

    출처: https://www.disney.com.au/

    겨울왕국 2편을 기다리는 나의 태도는 꽤 진지했다. 겨울왕국 1편을 다시 보고, 유튜브에서 2편의 OST 플레이 리스트를 거의 매일 들었다. 가사는 못 외워도 멜로디는 흥얼거릴 정도로 반복 재생했다. 인터넷에서 스포는 가능하면 피해 가려고 했지만 궁금증을 참지 못해서 간단한 리뷰들을 읽어버렸다. 줄거리는 대충 엘사가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이구나. 나중에 안나가 여왕이 되나 보군. 짧은 동영상을 보니 물로 된 말을 타고 엘사가 거친 파도를 넘어가네. 어떤 고난을 힘겹게 이겨내나 보다. 그러다가 알고 싶지 않았던 올라프가 녹아버린다는 스포 지뢰를 밟아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바쁘다고 미루면 계속 스포를 보게 되겠다 싶어서 약간의 두통이 있었음에도 영화관으로 향했다. 몸 컨디션이 백 퍼센트가 아니라서 영화를 백 퍼센트 즐기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뭐 언제 모든 상황이 백 퍼센트 딱 완벽한 적이 있으랴 싶었다. 졸았다는 리뷰, 별로였다는 리뷰도 꽤 있었는데 다 무시하고 간 이유가 있었다. 바로 노래! 1편에서 집순이인 나를 동영상 한 편에 벌떡 일어나서 영화관으로 향하게 한 노래가 '렛 잇 고'였다. 2편에서 내가 꼽는 최고의 노래는 'Next Right Thing'이다. 슬픔에 잠긴 안나가 자신을 추스르며 부르는 노래. 너무너무 슬프고 살아갈 이유가 사라졌지만 그래도 난 내가 할 일을 해야 해. 한 번에 한 가지씩 해야 할 일을 하자는 가사가 어떤 심리 치료보다 내 마음을 보듬어 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6g1yQV0dIY

     

    일단 영화를 다 본 소감은 만족, 대 만족. 펑펑 울지도 않았고, 깔깔 웃지도 않았지만, 내 마음의 빈 곳을 꼭 채워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아, 다시 보고 싶다. 다시 봐야겠다, 고 벌썩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나는 순서대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영상미 

    겨울왕국 (Frozen)인데 너무 흰색만 나오면 지겨워서 그랬을까? 이번에는 '가을'왕국이었다. 붉은 단풍. 숲 속의 초록 잔디, 쨍한 파란색의 가을빛 하늘, 겨울이 오기 바로 전 예쁜 가을 색이 가득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 참 예뻤다. 물론 엘사가 만들어내는 얼음 조각 속에 섞여있는 보라, 파랑, 붉은 빛깔들도 오묘하게 아름다웠다. 엘사가 성숙해지며 하늘색 드레스가 아닌 흰색 드레스로 갈아입었는데 그것도 참 고왔다. 

    #디즈니의 페미니즘

    1편의 리뷰에도 언급했던 페미니즘. 엘사의 드레스가 하늘색에서 흰색으로 바뀐 것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흔히 결혼식에서 입는 하얀 드레스. 여자의 인생을 '완성'시켜주는 결혼식에 입는 드레스를 남친이나 남편은 없지만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은 엘사가 갈아입은 것이 단순히 패션 때문 만은 아니지 싶다. 꼭 이성의 사랑이 아니어도 완성될 수 있는 여성의 독립적인 삶의 방향을 상징한다고 보면 너무 나간 걸까? 물론 안 나와 크리스토프의 연애와 결혼이 디즈니의 대중적 취향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에 엘사의 이야기가 공존할 수 있는 있는 것 같다. 

    #노래가 먼저인가 스토리가 먼저인가?

    물론 전체적인 스토리를 기획을 한 후 노래에 대한 세부적인 기획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래의 비중이 서사보다 조금 더 크게 느껴졌다. 특히 크리스토프가 안나와 엇갈리고 나서 부르는 'Lost in the Woods'는 최근에 유행이었던 퀸의 뮤직 비디오 등을 오마쥬 하며 코믹하게 연출되었는데, 솔직히 웃기기는 했지만, 영화의 한 부분이 아닌, 뮤직 비디오를 영화 속에 뜬금없이 끼워 넣은 느낌이었다. 심각한 부분이 꽤 많아서인지 코미디의 비율을 키워서 긴장감을 해소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살짝 아쉬웠다. 

    #올라프

    자신이 나이가 먹어서 점점 성숙해간다며 여러 고민을 시작하는 올라프. 근데 뜬금없이 찾는 사만사는 도대체 누구야? ㅋㅋ 올라프의 목소리가 너무 아저씨 같아서 얘가 나이가 어리다는 걸 자꾸 까먹게 된다 ㅋㅋ 그래도 시종일관 긍정 또 긍정인 올라프가 있어서 겨울왕국에는 온기가 끊이지 않는다. 역시 2편에도 올라프의 노래는 사랑스러웠다. 1편에서는 여름이 오면 자신이 녹을 것이라는 건 생각 못하고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던 올라프. 2편에서도 역시 큰 착각을 하는데 나이가 먹으면 지금 이해되지 않는 상황도 다 이해될 거라고 믿는 것이다. 올라프에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 ㅋㅋ

    https://www.youtube.com/watch?v=MJV4vjlziNI&list=RDw6g1yQV0dIY&index=15

     

    # 전 세대의 잘못을 바로잡기

    다행히도 엘사와 안나의 부모님의 과거에 대한 스포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영화를 봐서,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아렌델과 노덜드라(맞나)가 왜 갑자기 전쟁을 시작했나 했더니 엘사 할아버지가 못된 XX였던 것. 사랑하는 아렌델이 물에 잠기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 할아버지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린 댐을 부수는 안나. 다행히도 엘사가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아렌델을 지켜낸다. 북유럽 배경이지만 미국 애니메이션이기에 아메리칸 원주민과 미국인의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히틀러의 과거를 청산하려는 독일이 떠오르기도 하고, 자신의 가족이 친일파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저런 것일까 생각도 들었다. 두 나라의 피를 이어받은 엘사와 안나가 각 나라를 지키는 역할을 맡게 되는 설정이 맘에 들었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평화로운 화해가 이루어지면 좋으련만. 엘사의 자아 찾기 여행이라고만 생각했던 2편에서 발견한 기대 이상의 반전이었다. 

    #Into the unknown/숨겨진 세상

    렛잇고를 잇는 대 히트곡이 나오지 않아서 서운했었는데, 겨울 왕국 2의 OST는 들으면 들을수록 전 곡이 골고루 수준이 높아서 듣는 재미가 있다. 2편의 말미에 엘사가 과거의 기억들과 마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신이 렛잇고를 부르는 장면을 보고는 굉장히 뻘쭘해하는 게 현실감 있었다ㅋㅋ 렛잇고는 이제 지겹도록 들었긴 하다. 'Into the Unknown'도 난이도가 높아서 따라 부르기 힘들기는 하지만 뮤지컬 특유의 극적인 전개가 이어져서 쉽게 지겨워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제는 렛잇고가 조금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 하긴 벌써 6년 전 노래이다. 

    후~ 이제야 스포와 모든 분석글, 다른 리뷰들을 맘 놓고 볼 수가 있구나. 영화를 보기 전에는 경건하게(?) 마음의 준비를 하며 기대하는 재미, 영화를 보고 나서는 놓쳤던 의미와 해석들을 챙겨보는 재미가 있다. 앞으로 일주일은 겨울왕국 2의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듯 하다. 노래 가사도 계속 듣다 보면 외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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