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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 G선상의 너와 나 (2019년 4분기) 스포 無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19. 12. 26. 08:03
연말이 되니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뭔가 보람찬 일들을 하려고 리스트까지 작성해 놓았지만, 본능적으로 놓친 일드를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 일드를 하나도 보지 않은 지난 분기와는 달리 이번 분기는 두 작품이나 꼬박꼬박 챙겨보고 거기다 리뷰까지 썼다. 그러다 보니 놓쳐버린 'G선상의 너와 나'를 하루 만에 정주행하고 쓰는 리뷰. 하루 만에 정주행 했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데,
내가 하루 종일 드라마만 봤다는 것과중요한 건 이 드라마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반증이겠다우선 주인공이 하루. 지나치게 영리하다는 느낌이라 부러움 반 얄미움반으로 지켜보는 배우다. 하루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최소한 중박은 친다는 이미지라 이번 드라마도 보기보다 재미있을 것이라는 좋은 선입견을 갖게 했다. 만약 하루가 주인공이 아니었으면 홍보 포스터 한 번 보고는 그냥 패스해버렸을 것 같은 게...
성인 음악 교습소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는 세 사람에 대한 내용이 막 익사이팅하고 흥미진진하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1편을 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긴 했다. 사실 어렸을 때 바이올린을 배웠고 지금까지도 가끔 꺼내 들어 연습을 하곤 하는 입장에서 바이올린 '손가랑싱크'를 하면서 연기할 배우들을 생각만 해도 오싹했기 때문이다. 현악기가 단시간에 운지법을 배울 수 있는 악기가 아니다 보니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흔히 '손가락 싱크'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스토리에 몰두해 있다가도 어색하게 악기를 잡고 손가락을 대충 갖다 대는 배우들을 보면 확 정신이 들어버린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성인 교습소에서 아예 쌩 초짜들이 바이올린을 배우는 시점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진짜로 배우들이 연주를 한다! 물론 소위 깽깽이 소리가 나고 마지막 회까지 가서도 수준 높은 연주를 한다고는 말할 수 없긴하지만 연기자들이 실제도 바이올린을 처음부터 배워서 실력이 늘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점에서, 일본 특유의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 쩌는장인 정신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바이올린을 원래 연주할 줄 아는 배우를 기용해서 못하는 척 연기를 시켰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속은 느낌일 것 같아서, 초짜 배우들에게 레슨을 받게 시킨 것이 참 마음에 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이올린 쌤으로 나오는 배우가 수준급의 연주자가 아니었다는 것. 이 배우는 확실히 바이올린을 꽤 오래 배웠던 사람인 것 같은데 꽤 잘한다고는 말할 수 없는 수준이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어색함이 감돌았다. 아무튼 뭐, 거기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드라마 초반에는 내용적인 면에서도 불안한 요소들이 많았다. 연애에 실패하고 회사까지 그만둔 이십 대 후반의 백수녀 + 바이올린 쌤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대학교 1학년 남자애 + 바쁜 일상에서 간신히 여유를 만들어 레슨을 받으러 온 40대 주부. 이 세명이 주인공이라니 좀 김이 빠졌다. 각자의 나이와 상황을 초월해서 음악을 통해 우정을 나누는 억지스러운 건전함이 넘치는 드라마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 사실 10화까지 다 본 지금, 나의 예감이 틀렸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 그 과정이 생각보다 촘촘한 재미로 채워져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주행 할 수 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먼지에 덮인 케이스에서 바이올린을 꺼내서 오랜만에 G선상의 아리아를 켜보고 싶은 마음이 몇 번 들었는데 리뷰를 쓰는 지금까지 아직 못해보고 있다. 이제라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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