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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 -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 - 리뷰 (스포 有)
    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20. 2. 15. 18:27

    일상이 바빠진 탓일까? 1시간 동안 진득이 드라마를 볼 시간과 여유가 없는 요즘이다. 그래도 그냥 하루를 보내기는 허전한지 짧은 애니는 더 자주 챙겨보게 되는 듯. 25분 정도면 부담도 안 가고 딱 좋다. 이번 분기에 챙겨보고 있는 서너 편 중에서 사전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던 이 작품을 제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미지 출처

    일본 오타쿠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한 애니라서 진입장벽이 좀 있다.

    꽤 오래전 일본 오타쿠에 대한 방송을 본 기억이 난다. 20대 중후반의 직장인 여성이었는데 자신의 수입의 거의 전부를 아이돌 응원하는데 다 소비한다고 인터뷰를 했었다. 유명한 아이돌은 아니었고 밑에 사진처럼 작은 공연장에서 정규적으로 공연을 할 때마다 가서 같이 춤을 추며 공연을 관람하고 씨디를 사고 악수회를 간다는 것이었다.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보는 내가 다 걱정이 될 정도였는데 정작 본인은 행복해 보였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미지 출처

    지하 아이돌 공연장인듯. 유명한 아이돌이라면 죄송;;

    이 애니메이션은 이런 지하 아이돌 문화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특이한 점이라면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것과 그 여성의 최애가 아이돌 그룹에서 제일 인기가 없는 멤버라는 것. 하지만 전에 봤던 방송의 기억 때문인지, 비현실적인 설정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여성 아이돌 그룹의 팬이라면 대부분 남성이겠지만 여성팬들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주인공 에리피요는 우연히 신생 아이돌 그룹 '참 잼 (Charm Jam)'이 길거리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그중 마이나(이름이 마이너해서 인기가 없는 듯ㅋㅋ)라는 멤버에게 빠져 버린다. 그 당시에는 평범한 사무직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마이나 팬질을 시작하면서 시간을 자유롭게 뺄 수 있는 프리랜서 (라고 쓰고 알바라고 읽는다) 생활을 시작한다. 공장 알바가 주이고 돈이 더 필요하면 추가로 단기 알바도 뛴다. 에리피요는 모든 수입을 마이나의 공연에 가서 악수권을 사기 위해서 씨디를 구입하는데 쓴다. 옷 살 돈도 팬질하는데 쓰느라서 평상복으로 고딩 때 체육복을 입고 다닐 정도이다. 아쉽게도 마이나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에리피요의 헌신에도 감사의 표시를 거의 못한다. 속으로는 엄청 좋아하지만 막상 얼굴을 보면 말이 안 나오는 듯. 에리피요는 그 모습마저 귀엽고 사랑스럽다며 더 응원해 줘야겠다고 불타오른다. 인기투표에서 마이나가 탑 3에 뽑히도록 에리피요는 투표권(이 들은 씨디)를 사기 위해 알바를 서너 탕 뛰는데 사고로 다리를 다치면서 수입이 없어진다. 그러자 씨디대신 선물로 과자를 주는 등 그저 아낌없이 다 주고 싶어한다. 여기서 감동 포인트는 에리피요가 딱히 마이나에게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는 점! 그저 마이나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좋고, 마이나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마이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마이나 부모님의 사랑이 감사하다고 한다. 사적으로 친구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길거리에서 만나도 배려해서 자리를 피해준다. 어떤 인간관계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헌신적이기만 할 수 있을까? 부모 자식 관계보다도 더 한 무한한 애정과 희생으로 똘똘 뭉쳐있는 이 팬심!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서 씨디도 사고, 뮤직 비디오 동영상 조회수 올려주기 위해서 하루 종일 틀어놓는 팬들에 대한 이야기는 흔하지만 에리피요처럼 극단적으로 수입의 대부분을 아이돌에게 소비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일 것이다. 애니라서 과장된 부분이 있겠지 싶다가도, AKB48의 총선거 때 씨디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팬들이 있는 걸 보면, 현실적으로 고증한 것 도 같다. 

    에리피요가 마이나를 응원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면 점점 그녀의 팬심이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처럼 느껴진다. 누군가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응원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는 것은 축복인지도 모르겠다. 에리피요에게 있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 하필 아이돌인 마이나였을 뿐. 그 사랑을 표현하는 길이 씨디를 사고, 악수권을 구해서 마이너와 몇 분간의 대화를 주고받는 것 밖에 없다고 해도 그게 행복이라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애니를 보면서 계속 떠오르는 질문: 나에게는 팬심이란게 있는걸까? 애니, 만화, 드라마를 비롯해 J-pop, k-pop, 밴드와 가수들을 좋아해 왔지만 돈이 없어서 인지, 팬심이 모자라서 인지, 씨디나 굿즈를 거의 사지 않고, 팬심을 오래 유지하지도 않는 편이다. 오타쿠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또 아니라고 하기에는 콘텐츠를 꾸준히 소비는 하고 있다. 이 애니를 보고 있으면, 내가 인생에서 확 빠져버린 대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이 상기되어서 조금 쓸쓸한 마음이 든다. 그 옛날, 겨울연가에 빠진 일본 중년 여성 팬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부럽다. 그렇게라도 몰두하고 생각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게 일상을 얼마나 활기차게 만들까? 

    원작 만화가 있지만 줄거리는 찾아보지 않을 생각이다. 애니메이션의 밝고 순수한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이 힐링이 된다. 이번 분기 내 최애 애니 

    https://www.youtube.com/watch?v=jLpT6aS8qqc

    오프닝 주제가

     

    애니메이션이 끝나고 나오는 엔딩 테마가 귀에 낯익은 멜로디이다. 검색해보니 옛날 보아의 절친으로 방송에서 보았던 마츠우라 아야의 대표곡의 리메이크라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smqq5wQa9XE

    엔딩곡 - 桃色の片想い (분홍빛의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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