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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rtishead
    음악•소리•팟캐스트 2019. 9. 18. 01:00

    2019년 첫 블로그 포스팅을 쓰면서 들은 음악이 Portishead. 서로가 이 밴드를 좋아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급격하게 친밀감이 형성되는 경험을 몇 번 했었다. 듀게에서도 트립 합 관련 포스팅에 기쁜 마음으로 댓글을 달면서 소통했었던 기억이 있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지인과 우연히 Portishead 이야기를 하게 된 후 (아마도) 서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적도 있었지. 공통된 마이너 성향의 음악이나 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 드물지 않게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정서적으로, 더 깊게는 영혼의 주파수가 비슷한 사람과 만났다는 흥분을 느끼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급격히 친해진 후에는 계기가 되었던 그 밴드나 영화 외에 다른 공통점이 없어서 다시 멀어지는 씁쓸함이 뒤따르곤 했다. 하지만 짧게나마라도 영혼의 단짝을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은 짜릿한 경험이라 앞으로도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 

     

    Portishead로 돌아가서, 막 이민 간 십 대였던 내게 그저 충격으로 다가왔던 뮤직 비디오 한 편이 있다. 아직 영어를 거의 못하던 때 어두컴컴한 시청각실에서 선생님이 이 비디오를 보여줬었다. 하필 그날 애들이 결석을 많이 해서 교실 안에 몇 명 있지도 않았다. 아마도 MTV가 인기였던 때라 그냥 틀어줬던 듯하다. (제발 그 이유이길. 아니면 이런 우울한 노래를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교사의 의도란 무엇이었단 말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vozNQX6Ye1A

    All Mine / Portishead

     

    뮤비를 검색하면서 사용한 키워드가 '거식증 소녀'였다. 깡마른 소녀가 묘한 멜로디의 노래를 부르는 이질감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어두 컴컴한 교실에서 영어 울렁증 때문에 긴장을 잔뜩 한 상태에서 잘 모르는 반 애들과 불편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 속에서 봤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다시 보니 소녀는 거식증까지는 아니고 그냥 얼굴에 살이 없는 편인 듯. 다리를 보니 정상체중인 것 같다. 

     

    Portishead의 곡들의 매력을 꼽자면 멜로디, 여자 보컬의 다채로운 발성,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편곡이 되겠다. 영어를 못했기 때문인지 열심히 가사를 해석해보았지만 가사가 난해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하지만 가끔 가사의 반전 매력이 터지는 부분이 있는데 위에 언급한 All Mine이랑 Only You가 그렇다. 

     

    All mine ~~~~~~~~~ (you have to be)     (넌) 다 내 거야   ~~~~ (만 해)   

    It's only you ~~~ (who can tear me apart ) 너 밖에 없어 (날 찢어버릴 수 있는 건)

    첫 부분은 좀 로맨틱한 것 같다가 문장이 완성되면 비정상적인 관계가 그려진다 -.-  뭐, 이건 음악의 분위기로 상상할 수 있기는 하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TmDkzVvherk&list=RDTmDkzVvherk&start_radio=1&t=2

    Only You / Portishead

     

     

    사춘기 때, 우울감에 쩔었을 시절 한없이 날 가라앉히던 음악인데 지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 우울감을 잃어버릴까 봐 걱정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음이 난다.  

     

     

    끝으로 90년대 후반의 감성의 충만한 Portishead의 계보를 잇는 밴드들이 있나 검색해보다가 찾은 페이지. 

    https://daily.bandcamp.com/2018/07/11/bandcamp-new-trip-hop-list/

     

    Ten Artists Keeping Trip-Hop’s Eclecticism Alive

    The genre may have hit its commercial peak in the ’90s, but there are plenty of artists still drawing on its sound for inspiration.

    daily.bandca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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