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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 부부의 세계 5-6화 - 줄거리/스포/교훈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20. 4. 12. 15:31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부부의 세계 5화의 식탁 씬. 상간녀의 부모 앞에서 임신과 불륜 사실을 다 폭로하는 사이다 씬을 마지막으로 5화가 끝났다. 1화에서 남편의 외도와 상간녀의 임신을 알게 되고 조용히 이혼을 준비하던 주인공 선우. 그 과정에서 남편 회사가 파산 직전이라는 것과 비자금 계좌에 있는 3억 5천 이외에 엄청난 빚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우가 모르는 사이, 집과 아들 명의의 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것. 회사는 사무실 월세 및 직원들 월급도 밀려있는 상태이다.
6화에서는 남편에게 최대한의 치명타를 남기고 자신의 재산과 아들의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서 물밑 작업을 하던 중 또 다른 복병들이 선우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남편의 회계장부를 빼돌리기 위해 하룻밤을 지낸 남편의 회계사 친구. 수면제 약을 주는 조건으로 남편의 미행을 부탁한 바텐더녀의 폭력 남자 친구. 둘 다 선우의 약점을 쥐고 협박하기 시작한다. 궁지에 몰린 선우는 아들의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학교에서 데리고 나와서 한적한 곳으로 간다. 아들에게 이혼을 설명하는 선우에게 아들은 이혼하지 말라고 애걸하고, 아들은 아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아들의 신변에 위험을 느낀 남편은 선우가 있는 집에 찾아가서 아들을 내놓으라고 하고, 선우가 아들을 더이 상 보지 못할 거라고 말하자 이성을 잃고 선우를 폭행한다. 그 사이 밖에서 돌아온 아들이 선우가 폭행을 당해서 바닥에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아들은 아빠에 대한 신뢰를 잃고 만다... 계획대로 재산과 양육권을 지키면서 협의 이혼을 하게 된 선우.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여기에서 드라마가 끝나도 깔끔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무려 16부작! 아직 10부작이 더 남았음. 2년이 지나고 전남편에게 떨어진 접근 금지령이 끝나갈 즈음, 전남편이 다시 고향에 돌아온다. 그것도 좋은 집을 사서 금의환향의 파티까지 연다는 초대장을 여기저기 보낸다. 그 초대장은 심지어 선우에게까지 도착하고 6화가 끝이 난다.
난 이 기 빨리는 드라마를 왜 보고 있는가? 이 드라마에 들인 나의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인생에 도움될 만한 교훈을 생각해보았다.
- 내가 애착을 가진 것들도 날 배신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렇게 공들여 키운 아들이 바람난 아빠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낄까? 사랑이 클수록 배신감도 큰 법. 내가 들인 사랑과 노력과 비례해서 나도 사랑과 신뢰를 받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물론 다들 이걸 알면서도, 당하기 전까지는 설마 설마 하는 것이겠지만.
- 복수를 제대로 하려면 나도 망가지게 된다. 나만 깔끔하게 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상대방을 진흙탕에서 뒹굴게 할 수는 없다. 복수는 달콤하지만 또한 나도 상대방과 같이 더럽혀지게 되는 것이다. 복수를 선택할 것인가, 깔끔하게 칼같이 선을 긋고 돌아설 것인가? 아니, 질문이 잘 못 되었다. 난 복수의 달콤함을 뒤로하고 손을 털고 자리를 뜰 수 있을까? 배신의 충격이 클수록 이성을 잃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 선우가 친구라고 믿었던 옆집 여자에게 복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친구라고 믿었는데 배신당해서 마음이 아팠다는 선우의 말에, 단 한순간도 친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옆집 여자.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마음이 덜 아팠겠다고 말하는 선우. 우정도 짝사랑일 수 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통했다고, 혹은 만나면 마음이 통한다고 다 친구는 아닌 것을 너무 쉽게 잊게 된다. 지인과 친구의 영역은 엄연히 다른데, 어렸을 때 아무 나하고 쉽게 친구가 되었던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있어서 그런가? 친구로서의 진정한 우정은 연애감정만큼이나 귀하고 얻기 힘든 것 같다. 순간적으로는 진심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영원하지 않다. 소중한 만큼 쉽게 깨지기도 하고, 한 번 깨어지면 다시 회복되기 힘든 게 사랑이고 우정이다.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비교 선상에 설 수록 질투, 열등감, 우열감이 뒤섞여서 순수한 우정으로 남아있기에 힘들게 된다.
- 내가 계산하는 것만큼 타인도 계산하고 있다. 나만 몰래 비밀스럽게 무언가를 한다면, 언제 가는 들키기 마련이고, 나의 공격에는 늘 반격이 있을 것이다. 완벽한 계획이라고 해도, 빈틈이 있고 변수가 있는 법.
- 나의 약점을 상대방에게 말하면 언젠간 그것을 빌미로 공격을 당하게 된다. 꼭은 아니지만, 비열한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 상대방의 약점을 알게 되면 그걸 이용해서 심리적이건 상황적이건 우위에 서려고 한다. 선우의 남편이 선우의 부모님에 대한 트라우마를 꺼내서 양육권을 빼앗으려고 했던 모습이 너무 악랄했지만 또 인간적으로 보였다.
- 잘못한 애들이 더 뻔뻔하게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어야 한다. 선우가 상간녀의 부모에게 임신과 불륜 사실을 알렸을 때 상간녀가 선우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헉, 잘못은 자기가 해놓고 왜 피해자를 폭행하고 있어? 거기다가 전남편은 선우의 오랜 트라우마까지 들먹이며 양육권을 빼앗으려고 한다. 잘못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는데 어쩜 부인을 탓할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면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서 더 화가 나는데, 이럴 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게 잘 못되었다는 걸 알 정도이면 애초에 불륜을 시작하지도 않지. 원래 그런 애들이다. 그런 애들이 뭘 하든 놀라지 말아야 한다. 더 화내서 혈압만 오르면 나만 손해다.
결국, 스포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닥터 포스터의 결말을 다 알아버렸다. 나는 과연 7편을 볼 것인가? 음악, 영상, 연기, 극본 다 탄탄하고 훌륭한 작품인 만큼 몰입도도 높고, 감정적인 소모가 엄청나다. 김희애가 6편을 촬영하고 한동안 역할의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보는 나도 이렇게 지치는데 몇 번 혹은 몇십 번 연기를 반복하며 그 감정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연기자는 오죽했을까.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선우는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다. 남편이 바람의 피해자이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옆 집 여자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고, 의사로서의 지휘를 남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우를 탓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들 때문에 참으며 살라고? 그냥 깨끗하게 갈라서서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라고? 아들이 아빠를 좋아하니 보내라고? 모든 원인이 바람을 핀 남편에게 있는데, 왜 내가 이루어 온 모든 것을 바보같이 빼앗겨야 해? 집도, 돈도, 아들도, 절대 넘겨줄 수 없다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그녀의 악행들을 눈감아 줄 수 있다.
깨진 컵 이야기가 생각난다. 모든 것은 유한하고 끝이 있다. 모든 것을 깨진 컵이라고 생각하고 그때그때마다 소중히 사용한다면 너무 큰 애착이나 집착을 갖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타인을 대하면 상처를 덜 받을 수 있겠지. 하지만 깊은 사랑과 우정은 느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럼 그게 제대로 사는 것일까? 처절하게 배신당해도 좋을 만큼 열심히 사랑할 만한 용기를 가진 자 만이 인생을 제대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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