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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인생의 사운드 트랙] 탱고: 제로 아워 - 피아졸라
    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20. 6. 20. 22:31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고 방 정리를 하면서 오랫동안 듣지 않고 쌓아만 두었던 시디들을 꽤 많이 처분했는데, 듣지는 않아도 남겨둔 몇 장이 있다. 그중 하나가 Piazolla의 'Tango: Zero Hour'이다.

    출처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피아졸라

    내가 아직 파릇파릇하던 어느 날. 무슨 일이었던지 교회 사무실에 어떤 애와 같이 갔었는데 사무실 직원분이 누군가가 기증하셨다면서 시디 두 장 중 하나씩 골라서 가져가라고 내미셨다. 옆에 애는 브람스인가 잘 알려진 클래식 작곡가의 시디를 집어 들었고 난 얼떨결에 이걸 갖게 되었다. 아, 그때 내 옆에 애가 이걸 고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지금까지 든다. 평행 우주가 있다면 내가 이 음악을 모르고 살아갔을 인생과 지금의 인생이 나누어진 시점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집에 돌아가서 시디를 들어보았을 때의 그 충격이란 마치 귀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음악이지? 열정의 알갱이가 방울방울 쏟아져 내려오는 느낌에 사로 잡혔던 기억이 난다. 한동안 듣고 또 듣고, 작곡가의 피아졸라에 대해서 알아보고, 다른 곡들도 들어보았다. 첫인상이 너무나 강렬해서였을까? 그의 다른 어느 곡들보다도 이 시디 속의 곡들의 그의 최고 작품인 것 같다. 김연아 선수가 노란 의상을 입고 경기를 한 'Adios Nino' 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반면 그의 다른 곡들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 앨범의 가장 좋은 감상 방법은 나른한 오후 햇볕을 받으며 누워서 눈을 감고 연주자들의 연주 장면을 상상하는 것이다. 커버 사진 때문일까? 한줄기 빛만 비취는 낡고 먼지가 날리는 창고 안에서 음악가들이 혼신을 다해 연주를 하는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피아졸라는 서민의 풍류나 거리의 음악으로 치부되던 탱고를, 고도의 연주 실력을 요구하는 누에보 탱고라는 장르로 승화시켰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의 스승이었던 Nadia Boulanger에게 작곡을 사사했지만 당시 유럽의 현대 음악 대신, 모국 아르헨티나의 탱고 음악의 현대화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체 앨범의 한 곡인 것처럼 흘러가기에 시디를 틀어놓으면 끝까지 듣게 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모든 곡이 좋지만 그중에서도 나른한 남미의 오후를 연상시키는 이곡을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V1HAoS4QnaM

    아직까지 피아졸라에 나처럼 열광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혹시나 영혼의 주파수가 맞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몇몇에게 마치 리트머스 시험을 하듯 들려줘 봤지만 아직까지 돌아오는 건 무덤덤한 반응뿐이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 혹시 나와 주파수가 맞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혹시 있다면 댓글 부탁합니다

     

    앨범의 다른 곡들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 리스트는 여기:

    https://www.youtube.com/watch?v=zifFSlxcre4&list=PLmZwalznhrkFkTnoA5ecMruISQqsaiEz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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