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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드] 오 마이 베이비 (2020) 1화~7화 리뷰 및 스포
    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20. 6. 7. 19:07

    사진 출처

    장나라와 세 남자

    오랜만에 시간이 순삭 되는 경험을 하게 해 준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 믿고 보는 배우 장나라가 나온 다기에 보기 시작했는데 주제가 좀 식상하긴 했다. 2000년대에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다룬 정자 기증자를 찾는 미혼녀가 아이와 사랑까지 다 얻는 이야기라는 게 한눈에 보였기 때문. 혹시 한국 정부의 출산장려 대책의 일환으로 제작된 드라마인가도 싶었다. 주인공 장하리는 서른아홉. 아이를 좋아하는 육아 잡지사의 차장이다. 연애는 못하지만 아이는 너무 낳고 싶다. 산부인과에서 난임 진단을 받고 더 늦기 전에 정자 기증을 받아서 혼자라도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결심을 하자 주변의 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1. 어릴 때부터 친구인 산부인과 의사 윤재영- 진짜 엄마 친구 아들, 엄친아이다. 서울대 소아과 청소년과 교수였지만 이혼을 하고 싱글대디가 되면서 교수직을 포기하고 개업의가 된다. 부모님이 미국에 계신 관계로 하리네 집에서 세를 들어 살게 된다. 사실, 하리 엄마는 하리와 재영을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했지만 하리는 재영을 친구로만 대한다. 7화 현재 시점에서 재영은 하리에 대한 옛 애정이 다시 살아난 듯하다. 사실, 하리의 시점에서 보면,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딸 도아의 엄마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물론 둘이 격 없이 친하고 아껴주는 사이이긴 하다. 자신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하리에게 자신의 딸을 대신 키우면서 만족하라는 투의 재영의 말은 별로 로맨틱하지 않다. 

    2. 포토그래퍼 한이상 - 몇 년 전, 소개팅을 한 번 했으나 안 좋게 끝난 적이 있다. 일을 같이 하게 되면서 하리와 한이상은 서로에게 끌리는 중인데 한이상이 자꾸 하리를 밀어낸다. 띄엄띄엄 나오는 이상의 과거 이야기를 맞춰보면, 이상이 불임이라서 17년 사귄 여자 친구와 파혼을 한 듯하다. 전에는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는 마음이 없어서 자신의 불임 치료를 계속하지 않았지만, 정자 기증자를 찾다가 구설수에 오른 하리를 보며 다시 비뇨기과를 찾는다. 하지만, 불임인 자신이 하리를 좋아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하리에 대한 감정을 추스르려는 중에도 주변 남자들이 하리에게 접근하는 것에 질투심을 감출 수가 없다. 

    3. 눈치 없는 연하남 최강 으뜸 - 하리를 무려 '이모'라고 부르던 눈치 없는 사회 초년생 최강 으뜸. 회사에서 혼나기만 하는 자신에 비해서 유능하고 자신을 도와주는 듬직한 하리를 점점 따르게 된다. 건강검진 후 자신이 '정자왕'임을 알게 된 으뜸은 하리에게 자신이 정자 기증자가 되겠다며 쉽게 이야기한다. 물론 얼굴 모르는 손자가 생기는 것이니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고 오겠다며 해맑게 말하는 으뜸. 천진난만하기만 한 으뜸에게 정자를 받는 것이 뭔가 꺼림칙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하리의 마음은 모르는 으뜸. 자신이 나이가 너무 어려서 하리가 자신에 대한 감정을 숨기는 줄 알고 착각한 으뜸은 7화 마지막에서 하리에게 고백을 한다. (그걸 또 한이상이 보게 된다)

    이렇게만 보면 그리 신선할 것도 없는 조합이다. 그런데 촘촘히 깨알 같은 재미가 박혀있어서 또 뻔하지도 않다. 무려 대놓고 한국 드라마의 클리세, 섬에 갔는데 막차가 끊겨서 방이 하나밖에 없는 민박집에서 같이 밤을 보내는 설정을 하나 싶었는데, 그걸 재미있게 비트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석양을 배경으로 키스하는 장면으로 한 화를 끝내나 싶더니, 다음 화에 시작을 보니 키스를 하려다 못 한 걸로 나오지 않나. 한드의 익숙한 설정을 아주 살짝 귀엽게 비틀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너무 많이 비틀지도 않는다. 적당히 실소가 나올 만큼만 모험을 하니 주된 극의 흐름을 따라가는 동안의 시청자는 마음 놓고 다음 장면을 기대할 수 있다. 

    아쉽게도, 장하리의 선배 편집장이나 후배 직원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편집과 대사가 어색한 부분이 자주 눈에 띈다. 장하리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오글거리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대사가 적지 않지만, 이게 대배우의 힘인 건지, 보고 나서 곱씹지 않는 이상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오늘 5화부터 보기 시작해서 7화까지 보는데 3시간이 마치 30분처럼 느껴지는 마법을 경험했다. 이런 감각 정말 오랜만이야. 난 왜 이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을까? 자가 분석 몇 가지:

    - 대놓고 야한 드라마가 판이 치는 요즘 이 드라마는 키스 장면도 아끼고 아껴서 보여주는 절제미의 향연이다. 손만 잡아도 설레고, 눈만 마주쳐도 사랑에 빠진다. 대범한 키스신보다 이런 게 더 두근거리는 건 왜일까?

    - 현실과 판타지의 적당한 버무림. 장하리의 처지에는 여러 가지 공감 요소가 있다. 더 이상 청춘이 아닌 나이, 출산 와 결혼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 직장에서의 갈등을 나름 진지하게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똑같은 드라마라면 볼 필요가 없지. 꽤 괜찮은 세 남자가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뻣어 준다. 힘들면 위로해주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프러포즈를 하거나 정자를 기증해주겠다고 한다. 마음 설레는 로맨스도 있고, 꾸미지 않아도 되는 맘 편한 친구도 있는 데다가, 새파랗게 젊은 애가 정자를 기증해 주겠다고까지 한다. 판타지인 건 알지만 즐거운 상상을 해서 나쁠 건 없다. 

    - 장나라. 그저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런 여자가 아이를 낳고 싶다는데 사실 어느 남자라도 도와주고 싶지 않겠어? 정장 재킷에 스카프를 여러 모양으로 묶어서 멋을 내는 패션에도 눈길이 간다. 솔직히 장나라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 세 명의 남배우들의 연기가 좋은데 적어도 나에게는 뉴페이스 들이라 보는 재미가 있다. 장나라는 신기하게도 누구와도 다 잘 어울린다! 

    16부작인데 이제 8화를 볼 차례이니 반 정도 극이 진행된 시점이다. 늘 틀리지만 그래도 적어보는 나의 예상들:

    - 예상 1) 이상은 결국 하리에게 자신의 난임을 고백하겠지? 하리는 처음에는 괜찮다고 하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의 정자를 기증받는 것 때문에 둘의 사이가 다시 멀어지려나? 이상때문에 임신을 포기하는 하리에게 미안해서 이상이 또 외국으로 다시 떠날 것 같다.

    - 예상 2) 이 드라마가 약간 막장의 요소가 있다면 세 남자와 다 하룻밤을 보낸 후 아이가 생기고, 태어날 때까지 누구의 아이인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내용으로 전개가 되겠지만, 지금까지의 풋풋한 연출로 봐서는 그런 노선을 타지는 않을 것 같다. 갑자기 2년 후로 훌쩍 시간을 뛰어 넘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하리의 모습, 주변에서 육아를 도와주는 세 남자의 모습이 나와서 시청자를 헷갈리게 하다가 결국에는 이상과 자연 인신을 해서 태어난 아이라는 게 밝혀지고 해피엔딩?

    - 예상 3) 하리는 출산보다는 난임을 위한 수술을 받게 되고 수술이 잘 되면서 출산까지의 시간을 좀 더 벌게 된다. 그 사이 이상도 난임치료를 받으면서 둘이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같이 기다리는 장면에서 드라마가 끝나는 해피엔딩?

    드라마를 보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 편인데 이 드라마는 끝까지 기분 좋게 보고 마지막 회 리뷰를 쓸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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