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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 도로헤도로: 리뷰 (스포)
    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20. 7. 6. 20:30

    요새 제일 많이 듣고 있는 '천원돌파 에이플랫'이라는 팟캐스트에서 '도로헤도로'에 대해 듣게 되었다. 분명히 이름은 익숙한데 지나쳤던 작품이라 이유를 생각해보니 바로 작화였다. 딱 봐도 잔인한 몬스터들이 넘쳐나는 작품이라 가볍게 패스했던 것이었다. 알고 보니 작품 속의 세계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다들 마스크를 하나씩 착용하고 생활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어있다. 마스크는 밥을 먹거나, 인간으로 변장을 할 때만 벗는 것으로 되어 있고, 마치 화장을 안 한 쌩얼을 보이기 싫어하듯 다들 마스크를 꼭 하고 다닌다. 알고 보니 작가가 데스메탈 밴드에서 작화의 영감을 받아서 이런 설정이 생겼다고 한다. Slipknot이라는 밴드의 사진을 보니 애니 속의 마스크들은 귀여운 수준이다 -.-;;

    https://ultimateclassicrock.com/slipknot-lineup-changes/

     

    Slipknot Lineup Changes: A Complete Guide

    A guide to Slipknot's lineup changes over the years.

    ultimateclassicrock.com

    출처

    지금 보면 다들 매력있는 캐릭터인데 첫인상은 별로였다

    팟캐스트에서 줄거리를 들어보니 세계관이 참신한 것 같아서 1화부터 보기 시작했다. 팟캐스트에서 원작도 좋지만 12화의 애니메이션이 잘 빠졌다고(?) 강력히 추천을 해서 한 번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세계관의 설정들이 특이해서, 미리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 1-2화를 보다가 그만두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작품에는 천천히 몰입해 갈 수 있는 만화책이 더 좋은 것 같다. 애니메이션은 시간의 제약이 있어서 줄거리를 너무 꾹꾹 눌러서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나같이 성질이 급한 데다 이해력도 딸리는 사람들은 1화의 장벽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주인공인 카이만과 니카이도가 사는 세상은 마법사들이 마법을 연습하기 위해서 '홀 Hole'이라는 인간 세계에 와서 인간들을 괴롭힌다. 마법사들은 일본식 이름을 가지고 있고, 손가락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로 각자 개성 있는 마법을 구사한다. 주인공인 카이만은 어느 마법사에 의해서 머리만 도마뱀으로 변해버렸다. 그 복수의 일환으로 만나는 마법사마다 다 죽여버린다. 처음에는 아무나 너무 쉽게 죽여버려서 당황했는데 많이 반복되다 보니 잔인함에 익숙해져 버리는 부작용이 생겼다. 카이만의 큰 입 속에는 정체모를 남자가 한 명 들어있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건지 -.-;;) 카이만은 마법사만 만나면 머리를 물어서 입 속에 넣고는 그 정체모를 남자와 대면을 시킨 후 묻는다. '그 남자가 뭐라고 했어?' 대부분, '너는 아니야'라는 대답을 듣는데, 그렇다면 넌 쓸모없다고 하면서 카이만은 마법사를 죽여버린다 -.-;; 그러면서 자신을 도마뱀으로 바꿔버린 마법사를 찾아내려는 계획인데, 엄청 싸움을 잘하는 음식점 주인인 절친 니카이도가 옆에서 같이 싸워준다. 니카이도는 엄청 근육질의 여성인데, 카이만과는 저스트 프렌드. (하지만 우정 이상 사랑 미만인 느낌이다 ㅎㅎ) 윗 그림에서 가운데 두 명이 카이만과 니카이도가 되시겠다. 

    아무튼, 그렇게 카이만과 니카이도는 주먹구구 식으로 한 명씩 마법사들을 입 속에 넣어보고 죽이는 것을 반복해 나간다. 그 사이, 그들에게 당한 마법사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다른 마법사들이 파견이 되는데, '신'과 '노이'가 바로 그 청소부들이다. 신은 심장 모양의 마스크를 쓰고 레슬러(?) 마스크를 쓰고 덩치가 큰 노이는 사실은 여성. 목소리가 안 나오는 만화에선 당연히 남성이라고 오해할 비주얼이다. 이 둘은 파트너로서 강력한 마법사이자 사업가 '엔'의 패밀리에 속해 있다. 밑에 사진 속 오른쪽 아래위 인물이 신과 노이. 

    출처

    화목한 엔 패밀리

    가운데 줄무늬 양복을 입고 교정기같은 마스크를 쓴 '엔'은 모든 것을 버섯으로 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버섯이라면 귀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을 단숨에 버섯으로 만들어 죽이는 무시무시한 능력이다. 또한 타켓의 몸에서 버섯이 자라게 해서 원하는 시간에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잔인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패밀리는 잘 챙기는 따뜻한(?) 보스이기도 하다. 그가 안고 있는 개/고양이(?) 키쿠라게는 무려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왼쪽에 서있는 긴 코 마스크를 한 후지타는 능력치가 약한 마법사이지만, 자신의 파트너였던 마츠무라의 복수를 포기하지 않는 의리남이다. 그 복수의 상대가 카이만이라서 보통의 이야기라면 주인공의 적인 '악역'이 되는 셈인데, 카이만이 마츠무라를 큰 이유 없이 죽인 터라 후지타가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가운데 해골 마스크를 쓴 에비스는 카이만에게 죽을 뻔한 것을 키쿠라게가 살려냈지만 완벽히 회복이 되지 않아서 늘 나사가 몇 개 빠진 상태로 지낸다. 후지타와 에비스는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수장인 엔은 모두를 잘 챙겨서 이끌어 나간다.

    도로헤도로는 그밖에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계속 등장하는 캐릭터 맛집이다.  마법사마다 신기한 능력과 성장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작가에 대해 검색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몇 가지 알게 되었는데:

    - 무려 18년 동안 도로헤도로를 월간으로 연재함

    - 어시스턴트를 두지 않고 배경을 포함한 모든 그림을 본인이 그림

    - 동경 예술대학 유화과를 졸업한 여성작가임 

    출처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론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반성했다. 잔인한 작품이라고 꼭 남성 작가의 작품이라는 편견은 버려! 여성 작가라고 알고 나니, 니카이도와 노이라는 두 여성 캐릭터가 남성보다 더 덩치가 크고 싸움을 잘하는 걸로 설정된 것이 이해가 되면서 이 작품이 더 좋아져 버렸다. 저 작가를 길거리에서 보거나 우연히 지인으로 알게 되었다면, 도로헤도로의 작가라는 걸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아, 저런 반전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워낙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 애니는 15금 판정을 받았는데 더 높아도 좋을 듯하다. 중학생들이 이걸 보는 게 정서에 좋을 턱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잔인함에 찌푸려지는 눈살을 곱게 펴주는 유머가 곳곳에 산재해 있고, 만두와 파이 등 맛있는 음식이 많이 나와서 캐릭터들의 먹방도 즐길 수 있다. 신선하고 매력 있는 캐릭터들은 그들의 서사를 알아갈수록 애정이 생긴다. 카이만을 비롯해서 모든 등장인물이 개인적인 이유로 살인을 하기 때문에, 딱히 선과 악의 구별도 없이 싹 다 나쁜 놈이지만 또 알고 보면 그 세계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서 밉지만은 않다. 애니메이션 1기는 아직 원작의 첫 부분만을 담아냈기 때문에 앞으로 2-3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끝까지 1기의 퀄리티를 유지해 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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