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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 셜록 2화 (2019년 4분기) 리뷰 (스포有)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19. 12. 27. 21:00
요즘 블로그의 방문자 수가 갑자기 늘어서 인기글을 확인해보니 셜록 1화 리뷰 글의 조회수가 무려 800이 넘었다.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것이, 기대감 넘치는 1화 리뷰를 쓰고 나서 4화를 시청한 후에는 드라마 보는 것을 멈췄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기.
사람들이 셜록을 꾸준히 검색하는 것을 며칠에 걸쳐 지켜보자니 나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나 급 자신감이 없어졌다. 전에는 2화와 3화를 넷상에서 찾지 못해서 4화를 시청했었는데 2화를 겨우겨우 찾아내서 방금 시청 완료하고 쓰는 따끈따끈한 리뷰.
칸노 미호
내가 무척 좋아했던 일드 '꺾이지 않는 여자 (曲げられない女)’ 에서 열연을 했던 칸노 미호가 출연하는 회차였다. 연기와 외모 둘 다 빼어나지만 배우 남편과 결혼 후에 활동이 뜸해서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모습을 봐서 반가웠다. 하지만, 역시나 4화 리뷰에서 지적했던 드라마의 단점이 또 나왔다. 무려 칸노 미호가 등장하는데 지나가는 역할 일리가 없잖아 -.-;; 얼굴을 보는 순간 범인인 줄 알겠더라. 뭐 범인을 다 밝히고 시작하는 추리 소설도 있으니 크게 흠은 아니라고 해도, 추리하는 과정이 기가 막히게 흥미롭지도 않다. 셜록 홈즈 원작에서 나왔던 것 같은 (난 BBC 셜록에서 봤지만) 긴급 상황에서 범인의 시선을 향하는 곳이 단서라는 것을 이용해서 살인 도구를 밝혔을 뿐이다. 엄청난 지식을 이용하지도 않았고, 복잡한 논리적 추론을 거치지도 않았다. 셜록이 잠깐 바이올린을 멋지게 (몸 싱크 맞나 싶게 진짜로 연주하는 것 같았다) 연주하면서 머릿속으로 사건의 전말을 샤샤샥 해결한 듯.
범인은 BBC
BBC 셜록을 인생 드라마 급으로 재미있게 봐서 그런가? 셜록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에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모양이다. 이 드라마를 기획한 후지테레비의 드라마팀이 기획 회의를 하는 장면을 잠깐 상상해 보았다. 아마 범죄 추리물 드라마의 기획안을 가지고 높으신 분을 찾아간 새내기 감독이나 연출자는 딘 후지오카라는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카리스마 있는 괴짜 탐정 캐릭터를 구축할 생각에 흥분되어 있었을 것 같다.. 기획안을 쓱 훑어본 부장님이나 이사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씩 웃었을지도 모른다. '좋아, 딘 후지오카와 함께 요새 인기 있는 에그자일 멤버 하나 넣으면 2030대 여성 시청률도 잡을 수 있겠네. 남자 탐정 두 명이라... 그래. 셜록 홈스랑 왓슨 같으니까 제목은 셜록으로 하면 되겠고. 셜록이 들어가면 기본 시청률은 깔고 갈 테니까 말이지. 요새 게츠쿠 시청률에 대해서 말이 많아서 말이야. 제목에 맞춰서 대본 수정하고, 배우들 섭외할 수 있지?' 이 부장은 BBC 셜록은 당연히 본 적이 없을 것이고, 기획안을 가지고 설레는 마음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연출자는 시청률을 위한 타협안에 씁쓸함과 분노를 느끼면서도 아무 말도 못 하고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회의실을 나섰을 것 같다. 급하게 대본을 수정하느라 셜록은 괴짜도 뭐도 아닌 그냥 성격이 조금 나쁜 잘생긴 중년의 탐정이 되어버렸고 사건들은 셜록이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게 평범한 방법으로 해결되어 버린다. 이건 이 드라마의 감독도, 시청률을 걱정하는 부장님의 안일함의 탓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다 셜록이라는 단어에 엄청난 기대감을 얻어버린 BBC의 잘못이다. 제목이 셜록이 아니었다면, 다른 개성과 새로움을 가진 주인공들이었다면 훨씬 나을 뻔했다.
큰 기대를 버리고 딘 후지오카가 간간히 바이올린을 켜며 그럭저럭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추천. 나처럼 BBC 셜록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면 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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