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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2016) 스포 有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19. 12. 31. 19:12
오랜만에 다시 본 드라마. 연휴라면 드라마 한편쯤은 정주행 해줘야지 제대로 시간을 낭비한(?) 느낌이 든다. 드라마를 켜놓고는 봤다가 딴짓했다가 놓친 부분 돌려봤다가 하느라 이틀에 걸쳐서 보았다. 작년쯤에 했었나 싶었는데 무려 2016년에 방영한 드라마라니 세월 참 빠르다. 당시에는 인기 있다는 뉴스를 보고 첫 몇 편은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가 중간쯤부터 매주 기다리며 봤던 기억이 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오는 '코이 댄스'는 아무리 봐도 난이도가 높아서 도저히 따라 하지 못하지만 이상한 중독성이 있어서 스킵하지 않고 거의 매회 다시 봤다. 3년이나 지난 만큼 이제는 좀 촌스럽거나 과장되어 보이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잘 만든 드라마다. 이 맛에 일드 본다는 말이 나오게 하는 퀄리티였다. 주 시청자층인 2030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 노동의 가치'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연애에 서투른 남성들의 대변자 격인 남주가 닫힌 마음의 빗장을 서서히 열어가는 내용인데 거기다가 멋지게 일하며 사는 비혼 여성과 극 연하남과의 연애, 싱글마더, 성소수자의 사랑 등도 모두 다 어우른다. 이렇게 써보니 엄청 욕심 많은 드라마였구나 싶다. 그런데 그 많은 주제들을 코믹한 망상 장면과 재치 있는 대사로 잘 버무려져서 사랑스러운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되었다.
3년 전에는 여주인공인 아라가키 유이의 사랑스러움과 기발한 발상에 재미를 느꼈는데 이번에는 남자 주인공인 프로 독신러 츠자키에게 완전히 감정 이입하며 보고 있었다. 최근에 나 자신이 지독한 회피성 성향이라는 것을 자각한 일 때문인지, 거절을 두려워해서 시도도 하지 않는 츠자키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구구절절 이해가 다 되었다.
삼 년 전에는 이렇게까지 공감하지 못했었는데 그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아무튼 드라마 말미에 츠자키가 점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으로 변해하는데 대충 이런 대사를 했다. 귀찮다고 이것도 안 하고 저것도 피하고 하다 보면 점점 사는 것도, 숨 쉬는 것조차도 귀찮고 의미 없게 느껴지고 죽음과 가까운 상태에 이르게 될 뿐이라고. 그건 사는 게 아니라는 거지. 삶에는 귀찮은 일 투성이인데 혼자서도 귀찮고 둘이서도 귀찮을 것이라면 둘이서 같이 귀찮음을 극복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둘이서 어떻게든 이겨내며 같이 살아가 보자고. 물론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겠지만 귀찮은 일들을 다 피해 가면서 사는 인생은 진짜 사는 게 아니라는 말에는 동감한다. 츠자 키는 다행히 미쿠리라는 정서적으로 비교적 안정되고 적극적인 사람이 계속 마음의 문을 두드려줘서 마음을 열 수 있었지만 나에게는 미쿠리같은 사람이 없다. 내가 그냥 혼자 빗장 풀고 쓱 열어봐도 되려나? 드라마에서 인생 사는 방법을 차용하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겠지만, 새해인 김에 한 번 시도해 볼까 생각 중.'영화•드라마•애니•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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