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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패스 다이어리 14화까지 리뷰 (스포 有)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20. 1. 4. 14:47
인터넷에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반응이 있어서 초반 몇 편을 몰아보고서 매주 챙겨서 보고 있다. 방금 13편과 14편을 보고 나서 쓰는 리뷰.
'동백꽃 필 무렵'도 그렇고 요즘에는 장르를 섞는 것이 트렌드인가 보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범죄 스릴러가 코미디와 섞여있는데 이런 류의 시도는 처음 본다. 미드에는 벌써 있었으려나? 중간중간 할리우드 영화들의 패러디가 나오는데 작가가 상당한 스릴러 덕후인 듯.
사람이 좋아도 너무 좋아서 늘 호구 짓만 하는 주인공 육동식. 우연히 서인우가 살인을 하는 목격하고 도망치다가 교통사고가 나고 기억상실이 된다.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경찰 심보경은 육동식이 교통사고에 대한 기억을 되찾을까 봐 육동식을 감시한다. 서인우는 육동식 때문에 살인을 기록해 둔 다이어리를 잃어버리는데, 육동식은 기억상실에 걸린 채로 다이어리를 발견하고 자신이 그 다이어리의 주인이라고 착각을 하게 된다. 우연에 우연이 겹치고, 싸이코패스인 서인우의 계획들이 맞물리면서 육동식은 점점 싸이코패스로서의 삶에 적응하게 된다. 황당하다면 황당한, 그러나 신선해서 계속 보게 되는 꽤 괜찮은 드라마.
그런데 시청률이 너무 안습이다. 2%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 그럴 정도의 망작은 아닌데 조금 아쉬운 점들을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1. 상당히 잔인한 장면들이 나온다. 나같이 '덱스터'같은 꽤 쎈 드라마로 단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엄청 불편할 듯. 한국 드라마에서 이래도 되나 싶게 살인 방법이나 장면이 자세하게 나온다.
2. 남자 배우들의 애매한 포지셔닝: 원래 한드는 남주를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육동식 역의 윤시윤이 찌질한 호구 연기를 너무너무 잘한다. 그 최강 동안 미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동식은 현실에 있다면 멋진 남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늘 억울하고, 빠릿빠릿하지 못해서, 남들에게 이용당하는 것도 나중에나 깨닫는 불쌍한 캐릭터. 거기다가 자신이 싸이코패스라는 착각까지 하는 엉뚱함까지 갖췄다. 뛰어난 외모에, 재벌 2세 서브 남주가 있어서 괜찮지 않을까도 싶지만, 그 역할은 또 순도 100퍼센트의 싸이코패스.-.-;; 주 시청자 층인 2030 여성들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3. 코미디와 잔인함의 배분. 워낙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인지 전체적 균형을 위해서 코미디가 좀 과하게 나오는 장면들이 있다. 극 중 배역들도 코믹 릴리프를 담당하는 배우들이 몇 있는데 여러모로 아쉬움. 특히 '와쳐'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허성태 배우가 허풍만 심한 조폭으로 나오는데, 배우의 활용도가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캐릭터의 한계는 안타깝지만 연기는 엄청 잘함. 앞으로 이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는 챙겨볼 듯.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연기만 보다가, 상찌질에 물주먹인 한물 간 조폭을 연기하는 것을 보자니 연기 변신의 폭이 커도 너무 크다. 의외의 캐스팅인 것은 확실. 배우 본인이 이런 배역을 간절히 원했을 것 같기도 하다.
4. 현실성의 부족: 우연의 우연이 거듭되고, 한물은 갔을지언정 조폭이 호리호리한 청년을 형님으로 모시고, 눈치가 빨라도 너무 빠른 경찰이 사소한 힌트만으로도 상황을 이해하는 등 비현실적인 일들이 계속되다 보니 몰입도가 떨어진다. 물론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고 극적 재미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아는데, 소심한 주인공이 갑자기 멋진 대사를 읊고 주변인들은 겁에 질리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은 그리 흥미롭지 않다. 13회에는 육동식이 쇼생크 대탈출을 오마쥬한 탈출을 하는데 화장실을 4년간 파서 배수관을 타고 탈옥을 하는 내용에서 피식했다. 말도 안 되는 탈옥을 하고 진범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뭔가 어설퍼 보여서 아쉬웠다.
다음 주 15화와 16화 두 화를 남겨놓고서, 싸이코패스 서인우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총을 쏘았다. 근데 그걸 육동식이 비디오로 찍다가 서인우와 눈이 마주침...! 드라마의 분위기상 해피엔딩이겠지만 육동식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과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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