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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 KBS 다큐 인사이트 2편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20. 1. 5. 13:13
2편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들
- 가난: 영적 풍요로움을 누리기 위해서 자발적 가난을 실천한다는 수사들. 35년 된 신발을 신는다는 어느 수도사. 수도사들의 밀짚모자들은 테이프로 기워져 있고, 보통 양말은 뒤꿈치가 헤어져 있었다. 왜 꿰매어서 신지 않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남을 의식해서 꼬매는 것보다 그냥 그 자체로 신는 것이 더 자연 스러일까? 꼬매는 행위가 가난을 부정하는 것이 되는 걸까? 가끔 카메라가 수사들의 방의 물건들을 움직이지 않고 몇 초간 보여주는 장면들이 나온다. 소박하지만 정성 스래 손질되어 있는 도구들. 책상 한편에 올려져 있는 필기도구들.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고 느꼈다.
- 구멍: 식사 당번의 수도사가 중국집 철가방 같은 디자인의 나무상자들을 각 수도사에게 배달해준다. 문 옆에 나있는 구멍에 식사가 담긴 상자를 배달해 주는 것. 하루에 한 번 배달되는 끼니를 침묵 속에서 혼자 먹는다. 금요일은 오직 빵이나 밥 둘 중에 하나와 물만 허락된다. 감옥이 연상되는 구멍이고, 혼자 밥을 먹으면 외로울 것 같기도 하지만, 외로움보다는 평온함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 육신: 두피에 피부암이 걸린 수도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마리아에게 다 맡겨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어린아이처럼 해맑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수도사가 이렇게 말한다. 예수님의 고통이 더 크고, 나의 고통은 작다. 이것이 내게 큰 도움이 된다... 육신의 고통에 대해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참아내는 사람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일까? 한국인 수사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항상 3초 후에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산다고. 3초 후에 죽을 것이라면 그 누구도 미워할 수가 없다고.
- 파리: 파리가 방에 들어오면 밖으로 내 보낸다. 팔에 올라타도 손으로 쫓지 않는다. 모든 수사들이 다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한 한국인 수사는 동물들이 하나님의 보살핌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죽일 수 없다고 한다. 다른 수사 한 분은 모기가 물어도 침을 바르면 안 아프니 그뿐이라고 한다.
- 유머: 모기가 방에 많았다는 수사에게 다른 수사가 모기 좋아하냐고 물어본다. 모기는 내 친구라고 대답하는 수사. 둘은 같이 허허 웃는다. 35년 된 신발이 있는 수사는 한국 사람들이 다 카르투시아 수사들 같으면 한국은 파산할 것이라고 말하며 웃는다. 산책을 나갔다가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멀쩡한 가구들을 보며 유혹(?)을 받는 수사들. 방송에서 이상하게 보일 테니까 그만 가자며 다들 웃는다. 그 유머와 웃음들이 소박하고도 정겹다. 다른 이를 폄하하지 않아도,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어도, 웃을 수 있다.
미소: 혼자 찬미가를 부른 후 카메라를 향해 멋쩍게 미소 짓는 나이 많으신 수도사 분. 종 치는 당번 수사님은 종을 다치고는 만족한 듯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고요한 만족의 미소들이 찬란하게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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