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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 KBS 다큐 인사이트 3편
    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20. 1. 5. 21:36

    http://program.kbs.co.kr/1tv/culture/docuinsight/pc/board.html?smenu=71ccb3&bbs_loc=T2019-0296-04-850025,read,,5,874766

    카르투시아 봉쇄수도원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편인 3편. 1편 2편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한 한국인 봉쇄수사 가족 중 수녀인 누나의 생활이 잠깐 나온다는 것이다. 봉쇄수도원과 그 인근이 아닌 유일한 장면들인데, 예배드리는 모습, 그녀가 속한 수도회가 운영하는 무료병원의 모습이 비친다. 한국 수사의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누나인 수녀님이 1년에 한 번 허락되는 방문을 하러 봉쇄수도원을 찾는다. 수도원의 규칙 때문에 같이 식사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할머니. 얼마 전 종신서원을 한 봉쇄수사가 할머니에게 자신이 장가갔다고 웃으면서 말하자 할머니는 '거짓말~'이라며 웃으신다. 수도사가 십자가를 가리키며 설명을 하자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잘했네, 잘했어.'라고 대답한다. 종신서원을 한 자녀 두 명을 둔 그의 부모님은 아들에게 존댓말을 했다. 역시 비슷하게 맑은 표정의 분들이다. 수도사와 수녀인 두 남매의 대화. 가난한 자들을 위해 봉사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하는 수도사는 그 대신 누나를 위해서 기도한다고 했다. 수녀도 하얀 사제복을 입은 수도사 동생을 떠올리며 기도한다고 한다. 

    누구인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수도사님 한 명이 방 안에서 휘파람을 불고 있다. 열린 창문으로 손을 뻗고 검지 손가락을 내민다. 그러자 놀랍게도 작은 새 하나가 그 손가락 위에 앉아서 수도사님이 주는 먹이를 입에 물고는 다시 날아간다. 성 프란체스코의 일화 중, 그가 워낙 평온한 나머지 새들이 그의 곁으로 모여들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1화와 2화에서도 나오는 수도사들의 대화 장면. 아마 같은 날에 촬영한 장면을 주제에 따라 나누어서 편집한 것 같다. 한국어가 유창한 수도사님이 한국인 수도사님에게 묻는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한국인 수도사님은 한참을 말없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무엇을 부정하는 것일까? 한참을 고개를 가로젓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사람들을 돕는 것'. 봉쇄 수도원 안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 수도원 생활에 대해 갈등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잠시 후, 다른 사람들의 사연이 적힌 종이를 보며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나가 수녀님인 한국인 수도사님이 두봉 교주님과의 토론 자리에서 자신이 수도원에 입회하게 된 자초지종을 말한다. 고2 때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신학교에 입학. 4학년 때 수도원에 입회하고 싶다고 교수님께 상담을 하자 교수님이 '그것은 유혹일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유혹이라니, 어떤 유혹을 말하는 것일까? 편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절대 아닌데, 영적인 교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수도원에 대한 갈망과 확신이 점점 더 커져서 만 26세에 수도원에 들어가고 얼마 전 34세의 나이로 종신서원을 했다고 한다. 온전히 신께 바치는 삶을 살고 싶고, 죽을 때까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때의 감동이 떠올랐는지,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애를 쓰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이 세상에 나와서 다른 사람들의 귀감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봉쇄수도원에서 온전히 신께 헌신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이 다른 이들을 위해서 대신 기도해준다면 신께서 응답해주시지 않을까? 사람에겐 각자의 부르심이 있다. 세상과 단절된 삶이라고 해도 세상을 도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의 얄팍한 지식으로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판단한 것이 부끄러워졌다. 

    봉쇄수도원에서는 TV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자신들은 평생 시청할 수 없는 다큐멘터리에 촬영 협조를 해주신 분들. 이 다큐멘터리가 세상의 빛이 되고 있는 것을 설령 평생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어하실 분들. 그 존재만으로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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