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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 2020년 4월 초 일본의 대처 상황단상 2020. 4. 13. 16:07
최근 일본의 뒤늦은 비상사태 선언이 있었다. 올림픽의 연기를 둘러싸고 아베 정부가 코로나 관련 통계를 은폐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있는 것 당연한 것이, 놀라울 정도로 낮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세계적 추세와 너무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보면 극히 위험한 상황인데 일본 국민들은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 궁금해서 뉴스 및 개인의 유튜브 채널 등을 검색해 보았다.
지난주 방영된 아사히 TV 모닝쇼인데, 세명의 패널 중 제일 오른쪽 남성만 일본의 확진자와 검사수가 낮은 것에 분개하고 있다. 왼쪽 남성은 정부를 옹호하는 입장인데 너무 침착해서 답답하다. 그런데 더 답답한 것이 가운데 여성. 일본은 미국과는 달리 중국인 관광객을 빨리 금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낮은 확진자수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일본이 뭘 잘하고 있는가 알고 싶다고 했다. 돌려서 말하는 자뻑인가? 몇몇 유튜브 채널을 살펴본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 일본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부의 뒤늦은 대처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긴 있다. 하지만 소수.
- 의구심을 제기하고 뭔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중립에서 약간 벗어난 사람들은 발언을 할 때 단어 선택을 신중하게 하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 보였다. 정부를 비판하면 큰 일 나는 듯이 조심하는 모양새다. 뭐가 무서운 거지?
- 일본이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현상황이 좋지 않다고 인지하는 사람들도 일본 사람들이 원래부터 마스크를 잘하고, 청결한 민족이라는 점이 다른 나라와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는 것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고 믿고 있다. 어느 과학 논문을 설명해 주는 해외 일본인 유튜버 조차도 일본 사람들이 일본식 된장인 '미소'를 먹어서 면역력이 높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메르스나 사스 때 김치 관련 이론과 비슷하다가끔 한국 인터넷에도 보지만 자아비판을 하는 중에서도 '우리 민족은 역시 다른 나라와 달라'하는 중2병스러운 자의식이 항상 저변에 깔려있는 듯.- 일본 국민들에게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해외 유튜버들을 몇 명 보았는데 대부분 외신 뉴스를 설명해주는 채널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스스로 해외 뉴스를 검색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해외 거주 일본인들이 봤을 때 일본 매체에서 보여주는 해외 상황이 며칠 씩 늦게 보도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 뒤늦고 여과된 뉴스만 보고 이 세계적 사태를 제대로 판단할 리 만무하다.
4월 9일에 '전격, 진상 사카가미'라는 방송에서 가수 각트와 작가 츠지 히토나리 (열정과 냉정 사이의 공동 저자)가 각각 말레이시아와 프랑스에서 현지 상황을 전하는 인터뷰를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각트는 상당히 센 어조로 일본의 현재 대처는 '미쳤다' '근본적으로 나라의 통치 방법이 잘 못 되었다'라고 비판했다. 그 후에는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본 국민에게 조언할 게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너무 리더만 신뢰하지 말고 스스로 정보를 찾아서 자신의 대처 방법을 세우라고 말했다. 일본 사람들은 영어에 약한 걸까, 아니면 수동적인 것일까? 일본인은 정부와 언론에서 주는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세계 뉴스를 검색하는 등 능동적으로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사람들이 적은 듯하다.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도 마찬가지로 프랑스와 일본의 통계를 비교하면서 사망자 수만 볼 때 두 나라가 비슷한 추세로 증가할 것 같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인은 우수하니까 프랑스만큼 나빠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대비하라고 깨알 같은 자뻑 시전)두 명 다 심각하게 일본은 제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일본을 걱정했다.무능한 정부의 늦은 대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 비록 정부가 무능하더라도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얻고 사태를 판단하는 지성이 있어야 살아남는 시대이지만 안타깝게도, 지성이 있고 깨어있는 국민이라면 우매한 정부를 애초에 뽑지 않았을 것이다. 능동적인 삶의 자세가 정치와 선거에도 반영되고, 지금과 같은 시국에는 개인의 생명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일본은 이번 기회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배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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