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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VID] 호주에서 코로나 테스트 받은 썰
    근황 2020. 8. 2. 15:58

    어제 아침부터 목이 좀 따끔거렸다. 하루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종일 자면서 푹 쉬었는데도 목 아픈 것은 그대로였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부터 평소에는 없던 가슴 통증이 조금씩 느껴졌다. 계속 마음에 걸려서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NSW주 Parramatta 근처에서 주말에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니 Westmead 병원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예약이 필요 없다고 해서 무작정 찾아갔다. 

    코로나 검사장 입구

    워낙 병원이 커서 어디로 가야 하나 알 수가 없었다. 큰 표지판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응급실 입구에 앉아있는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주긴 했다. 검사장 앞에 다다르니 고작 A4 용지의 사인이 붙여있었다 -.-;;  입구에서 안내하는 분이 내 마스크를 벗고 새 마스크를 하라며 마스크를 한 장 주셨다. 그리고는 다음 테이블에서 접수를 해야 했는데, 아뿔싸 지갑은 차에 두고 모발 폰만 손에 들고 왔다. 운전면허증을 보여줘야 했던 것이다. 다행히, NSW Service 앱에 운전면허증을 저장해 둔 게 있었다. 앱을 열어서 QR코드를 스캔하면 자동 접수가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내 아이폰에서는 스캔이 되지 않아서, 안내 직원분이 직접 입력을 해주셔야 됐다. 내 전화기를 직접 장갑도 안 낀 손으로 들고 보셨는데, 괜히 미안했다. 혹시 모르니 장갑이라도 쓰고 만지시지...

    검사장까지의 길은 꽤 멀었다. 

    병원의 다른 부분과 격리하기 위해서인지 검사장까지 도착하는데 꽤 오래 걸렸다. 무슨 미로 속을 뺑뺑 도는 느낌이었다.

    벽에 붙여진 A4사인을 따라서 복도를 계속 걸었는데 몇 번 방향을 틀었는지, 과장해서 한 10번쯤 방향을 바꾼 것 같다. 검사장까지 가는 시간이 아득하게 길게 느껴졌다. 별별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학교에 연락해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학교에 못 나간다고 말해야 하는구나. 내일 수업 준비를 해서 학교에 보내야겠네. 내가 양성이 나오면 우리 학교도 닫게 되는 건가?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어떡하지? 내가 만나서 접촉한 사람들에게 끼칠 민폐를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였다. 

    별별 생각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별일 아닌데 괜히 검사를 받는 건가? 하지만 만일 양성인데 검사를 받지 않고 평소대로 지내다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잘 왔다 싶었다. 드디어 검사장에 도착하고 보니, 내 앞 한 사람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입구에 앉은 직원이 나에게 대기 번호를 주셨다.

    언뜻 보고, 코로나 19라서 19인 줄 알았는데, 대기번호가 19번이었다. 불길해 -.-;; 내가 도착한게 점심시간이었는데, 오전 내내 18명만 검사를 받았다니 오늘은 많이 한가한 듯했다.

    내 앞의 분이 질문에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양로원에서 일하시는 간호사셨다. 저분은 피검사도 하겠냐는 질문을 받으셨다. 항체가 형성되었는지 알 수 있다길래, 나도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 질문을 받지 않은 걸 보니, 피검사는 의료계 종사자만 할 수 있는 듯했다. 

    QR코드를 스캔하니 자동으로 문자 접수가 시작되었다. 

    질문하시는 분이 엄청 밝은 분이셨는데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 핫스폿에 간 적이 있는지 리스트를 보며 확인하라고 했고, 직업이 무엇인지, 증상이 있는지,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은 있는지,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지 등 꼼꼼하게 질문했다. 난 대부분의 질문에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핫스폿 지역에 살고 있는 동료가 있고, 목의 통증 등 몇 가지 증상이 있다고 대답했다. 들어가기 전에 문자로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신청하라며 안내지를 주셨다. 결과는 24시간에서 72시간 사이에 나온다고 했다. 의료계 종사자는 우선적으로 더 빨리 결과가 나온다고 했는데, 오늘은 검사자가 별로 없어서 평소보다 빨리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가격리 용이라며 마스크가 몇 장 담긴 하얀 종이가방도 받았다. 

    다음 방으로 들어가니 대기실이 있었다. 접수계에서 운전면허증과 메디케어 카드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메디케어 카드를 차에 두고 왔다고 하니까 괜찮다고 했다. 생일 주소 등 인적사항을 재차 확인했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이 한 5-6명 정도 있었다. 물론 의자는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었다. 한 번에 2-3명씩 안으로 들어갔는데 내 차례까지 한 3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사실 마음이 불안해서 시간 감각이 사라져서 정확한 시간은 잘 모르겠다. 내가 양성이면? 이 장소에 있는 어느 사람이 양성이라면? 사실 음성인데 괜히 검사받으러 왔다가 감염된다면?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서 들어갔더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이름을 확인하고 나를 방으로 안내했다. 날 검사해준 분도 엄청 쾌활하고 친절한 분이셨는데, 날 안심시키시려는지 딸 얘기도 하시고, 검사받을 때 다른 사람들의 여러 가지 반응을 얘기해주셨다. 난 코만 검사하는 줄 알았는데 코와 목에 면봉을 넣어서 검사를 한다고 했다. 목에 면봉을 넣자 구역질을 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코에 면봉을 넣은 검사가 아프고 불쾌할 것이라고 각오는 하고 갔는데, 막상 겪어보니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이 아팠다. 마치 눈 알에 면봉을 넣는 느낌? (넣어본 적은 없지만)  눈물이 찔끔 나고 신음소리도 냈던 것 같다. (몇 시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코 속이 얼얼하다) 검사하시는 분이 자신은 코 검사보다 목이 더 싫었다고 겁을 주셨는데, 나는 차라리 목이 나았던 것 같다. 치과에서 하듯, '아'하고 소리를 내서 몇 번이나 면봉으로 채취해야 했다. 코만큼은 아니었지만 좀 아프긴 했다. 

    검사해주신 분이 자세하게 주의사항을 말씀해 주셨는데, 이제는 가족과는 화장실과 부엌도 따로 사용하고 방 밖에 나갈 때도 마스크를 쓰고 있으라고 했다. 세면대와 부엌도 꼭 소독하라고 하셨다. 물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출근과 외출도 무조건 금지이다.

    검사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검사장을 떠나는 순간부터,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요주의 인물이 되어버렸다. 집에 오자마자 방 안에 틀어박혀서 내일 수업 내용을 정리해서 학교에 보내고, 할 일이 없어서 이렇게 포스팅을 하고 있다. 

    평소에도 집순이지만 코로나 이후로 집과 학교만 왕복하는 생활을 계속했기 때문에 아마도 음성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접촉한 학생들과 동료들 중에 핫스폿 근처에 사는 사람이 꽤 있기도 하고, 가끔 가는 주유소에서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내가 양성이라면 영향을 받을 곳들이 많다. 우리 아빠의 직장, 주중에 출근하는 학교, 토요학교에 우선 통보를 해야 할 것이다. 그 후에는 그곳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학생들의 가족들도 자가격리를 해야 할지 모른다. 잠깐! 내가 잠깐 들렀던 약국과 슈퍼마켓은 어떡하지? 평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사회에서 고립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이 사회에서 연결된 지점이 꽤 있다는 걸 이렇게 실감하게 된다. 아무튼 내일은 출근하지 않고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세줄 요약

    - 운전면허증+메디케어 카드 꼭 챙길 것

    - 일요일 오전은 검사장이 한산하다

    - 코에 면봉 넣는 검사는 생각보다 훨씬 아프다. 

     

    후기: 다음날 아침 8시쯤 다행히도 음성이라고 문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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