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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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뭔가 먹고 싶을 때 대신 할 수 있는 100가지 일들단상 2019. 12. 31. 13:35
이틀 이상 쉬는 날이 계속되면 나 자신이 점점 좀비화 혹은 가축화되는 것을 느낀다. 먹고 자고 나머지 시간은 인터넷 서핑에 드라마 시청. 거기다가 자꾸 뭔가가 먹고 싶어 진다. 밖에 나가 있으면 다른 자극들이 많아서 그런지 식욕을 크게 못 느끼는 편인데 집에만 있으면 갑자기 창의력이 발동되어서 요리를 하거나 냉장고나 찬장을 탈탈 털고 있다. 그렇게 먹고 또 먹어서 배는 빵빵한데 마음 한편은 또 허하다. 많이 먹어서 나온 배를 보면 죄책감도 들고, 또 생각보다 먹는 기쁨이 오래가지 않는 것에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배가 불러서 더 먹을 수 없다는 슬픔도 찾아온다. 요새 일주일 정도 그런 생활을 반복하다가 문득 든 생각. 먹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많은 것이 행복이 아닐까? 물론 먹는 행복은 빼놓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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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목표 점검단상 2019. 12. 26. 23:12
몇년 전 일본 야구 선수 오오타니가 고등학생 시절 작성했다는 목표들을 보고 감명을 받았었다. 운, 인간성, 멘탈을 키우기 위해서 세부적으로 행동지침을 정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에버노트를 뒤져보니 나도 2016년부터 만다라트 계획표를 만들기 시작했던 흔적이 있다. 목표들을 세부화 시키는게 쉽지 않아서 약간씩 중복되는 항목들이 생겼다. 오오타니는 여덟가지 카테고리로 목표들을 분류했는데 나에게는 네개 정도의 카테고리가 적당한 것 같다. 아래는 올해 초 만들었던 만다라트 계획표. 새해 목표는 늘 원대하게 세우기 마련이고 연말이 되면 기억도 나지 않는 것이 당연했었는데 올해는 웬일인지 수시로 이 표를 들춰보면서 하나씩 목표가 달성된 것에 대해 신기해 하곤 했다. 워낙 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었던지라 몇 개 달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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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네가 알려주고 간 것들단상 2019. 11. 25. 22:33
아직도 고개를 돌리면 오스카가 근처에 앉아 있을 것 같다. 오스카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된 후, 일상을 오스카에게 맞춰서 조정했었다. 오스카가 어딘가에 숨어서 낮잠을 자는 아침과 낮시간을 피해서, 아침 일찍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대신 일찍 퇴근하고 집에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전에는 학교 일을 퇴근 후에도 도서관에서 몇 시간씩 하고 오곤 했었는데 오스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과감하게 도서관 가기를 멈췄었다. 15년 동안, 유학을 했던 4년 동안에도, 오스카의 존재는 나의 큰 일부였다. 자칭 타칭 애묘인이었고, 힘든 시간 동안에도 내게 감정적인 의지가 되어준 귀한 존재였는데, 요새 몇 년 내가 너무 소홀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오스카는 나를 떠나면서도 내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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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안녕, 나중에 만나자단상 2019. 11. 24. 17:39
어제는 학생들과 달리기 시합에 참가하느라 외박을 해야했었다. 전부터 약속한 것이기도 하고, 대타를 급하게 구하지 못할 상황이라 참가를 하긴 했지만 오스카가 아픈와중에 집을 비우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학생들과 달리기 대회에도 함께 참가하느라 정신없이 보내서 오스카 생각을 많이 못했는데 동생에게 메세지가 와있었다. 오랜만에 봤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짧은 문장이었다. 안락사를 언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동생의 의도는 읽을 수 있었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 문득 문득 오스카가 떠올라서 울컥 눈물이 쏟아질 뻔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나는 이렇게 건강해서 뛰어다니는데 우리 오스카는 집에서 점점 쇠약해져가고 있다... 결단을 내리게 해달라고 기도를 되풀이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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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한 번에 하루씩단상 2019. 11. 15. 03:51
A day at a time이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한 번에 하루씩이라고 번역되는데 영어 표현이 더 직감적으로 와 닿는다. 어제와 내일은 다크 모드처럼 안 보이게 하고, 오늘에만 집중하며 살고 있는 요즘이다. 오스카를 병원에 데려간 게 딱 한 달 전. 한 달 동안 오스카의 상태는 많이 안 좋아졌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며칠 전부터는 식사 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 구강암인지라 입 안이 헐어서 따가워서 많이 못 먹게 되었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그냥 쳐다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건강할 때 맛있는 음식, 비싼 사료를 더 많이 사줄걸 후회해봤자이다. 뭐라면 안 따가워하며 먹을 수 있을까? 사료용의 생고기를 끓여서 육수를 내보기도 하고, 전에 먹던 사료를 한 번 줘 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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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할 수 있는 부자들의 취미단상 2019. 11. 11. 18:34
제목은 페이크(?)고, 재산의 유무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일상의 기쁨을 나열한 목록이다. 재치 있는 글솜씨로 돈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자산도 다 까발리는 (?) Budgets Are Sexy라는 블로그에서 따온 글. https://www.budgetsaresexy.com/things-you-can-do-that-rich-people-do/ Things you can do that rich people do Might want to bookmark this one for whenever you're feeling down :) A list of everything you can do whether you've got millions in the bank or not: Go on a w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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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좋은 날, 안 좋은 날단상 2019. 11. 3. 05:17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집에 오니 오스카가 보이지 않았다. 햇볕이 좋은 날이라 뜨끈하게 덥혀진 아스팔트에 몸을 붙이고 앉아있나 싶었지만 없었다. 집안과 마당을 뒤져봐도, 옆집과 앞 길에 나가봤지만 보이질 않았다. 고양이는 마지막이 왔다는 걸 감지하면 아무도 없는 곳에 숨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말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어제 상태는 꽤 좋은 편이었다. 뒤늦게 구입한 약이 효과가 있는 건지 요 며칠은 '좋은 날'이었다. 독특하지만 독하지는 않은 냄새의 약인데 스포이드로 한 방울씩 두 번 주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오스카가 몸부림을 치거나 입에서 흘릴 경우가 있어서 조금 더 주고 있다. 자연성분으로 되어있다니 조금 많이 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 입에서 묻어 나오던 피도 거의 안 비치고 방안에만 있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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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아직은 못하겠다단상 2019. 10. 30. 19:14
오스카가 구강암이라고 알게 된 것이 이주가 조금 넘었다. 첫 며칠은 눈물만 나왔다. 그동안 오스카의 작은 변화들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다는 자책감에 너무 괴로웠고 지금도 그렇다. 수의사는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했다. 난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동물병원에 데려간 것이었는데 수술을 권하지도 않고 그런 말을 들을 줄은 꿈에 몰랐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다 내게 원인이 있다. 작년 이맘때부터 직장일이 너무 힘들어서 번아웃 상태였고 내 관심은 오로지 나 자신을 향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궁리하기 바빠서 오스카가 조금씩 살이 빠지는 것도, 입안이 곪았던 것도 몰랐다. 내가 만지는 것을 싫어해서 도망을 가더라고 붙잡고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오스카가 싫어한다는 핑계로, 할퀴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