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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일 2019. 9. 20. 02:00
이제 한 주 후면 3학기가 끝나고 2주 방학에 들어간다. 이번 학기에는 두 반의 영어과목을 맡게 되었다. 두 반 중 한 반은 11명이었다가 2명이 갑작스레 귀국을 하는 바람에 9명이 되었다. 전교에서 가장 작은 반이다. 거기다가 남학생 3명이 다들 순둥순둥 한 모범생이고 나머지 여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하는 편이라 면학 분위기는 내 교사 인생 역대 최고이다. 지금까지 영어를 거의 못하고 때로는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기초반 아이들을 주로 가르친 내게는 꿈만 같은 반이다.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어떤 수업을 계획해도 너무 빨리 끝내버려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 교사로서는 사치스러운 고민이긴 하다. 회화가 좀 되는 학생들만 시도할 수 있는 가족 오락관 스타일의 '스피드 게임'을 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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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아스달 연대기 15회까지 감상영화•드라마•애니•만화 2019. 9. 19. 02:00
https://www.yna.co.kr/view/AKR20190709074300005 한동안 볼 드라마가 없었다. 분기마다 꼭 한 두 편은 챙겨보던 일드도 시들해지고 한드도 첫 회만 보고 그만둔 게 꽤 되던 중에 아스달 연대기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화제의 미드(영드?) '왕좌의 게임'을 따라 했다는 기사들을 읽고 편견 가득한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분장과 의상도 시대적 배경과 안 어울리고, 여러 설정도 비슷하고, 짜깁기한 것만 같았는데 어느새 빠져들게 되었다. 물론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동기 시대에 접어드는 것 같은데 로마 시대 군인 같은 갑옷을 입고 있다든지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톤이 너무 현대적이라든지 아주 조금만 더 연출에 신경 썼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은 부분이 눈에 띄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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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ishead음악•소리•팟캐스트 2019. 9. 18. 01:00
2019년 첫 블로그 포스팅을 쓰면서 들은 음악이 Portishead. 서로가 이 밴드를 좋아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급격하게 친밀감이 형성되는 경험을 몇 번 했었다. 듀게에서도 트립 합 관련 포스팅에 기쁜 마음으로 댓글을 달면서 소통했었던 기억이 있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지인과 우연히 Portishead 이야기를 하게 된 후 (아마도) 서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적도 있었지. 공통된 마이너 성향의 음악이나 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 드물지 않게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정서적으로, 더 깊게는 영혼의 주파수가 비슷한 사람과 만났다는 흥분을 느끼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급격히 친해진 후에는 계기가 되었던 그 밴드나 영화 외에 다른 공통점이 없어서 다시 멀어지는 씁쓸함이 뒤따르곤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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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블로그 다시 시작하다단상 2019. 9. 17. 19:52
http://www.podbbang.com/ch/17431 '실용 식당'이라는 팟캐스트에서 블로그 하기를 적극 권장하는 책을 소개하는 방송 (57-1 김민식/매일 아침 써봤니?)을 들었다. '실용 식당'에서 소개된 다른 책들의 영향 때문에 요즘 뭐든 바로 실천해보는 중이라 방송을 듣고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결심! 티스토리가 좋다고 해서 가입하려고 했더니 벌써 가입이 되어있었다! 2013년에 쓴 글들을 읽어보니 내가 쓴 게 맞나 싶게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왜 그만두었는지도 전혀 생각이 안 난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생각들이 낯설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지난 6년 동안 꾸준히 썼으면 좋았을걸 하고 아쉬움이 든다. 오늘부터 열심히 쓰면 6년 후에는 후회하지 않겠지 뭐. 티스토리에 가입하려고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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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단상 2013. 3. 17. 18:23
내 첫사랑은 유치원에서 만난 한 남자애였다. 활달한 성격에 뽀글뽀글 파마를 했었고, 호랑이 그림을 잘 그렸던 것 같다.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 남자애를 귀찮게 하며 '나한테도 호랑이 그림 그려줘'라고 따라다녔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림은 그려주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때, 조금 호감이 있는, 아니,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 그러나 아마도 착각이었던 - 남자 사람이 있었다. 미술 쪽 전공이었는데, 가끔, '나도 그거 하나 만들어 줘'라고 지나가는 말로 부탁을 했었던 것 같다. 내심 그걸 만들어준다면 그가 내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게 확실하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기대를 했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받지 못했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씁쓸하군. 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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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Great Expectations (1998)독서 2013. 3. 17. 18:05
Great Expectations (1998) 귀네스 팰트로를 좋아해서 나오는 영화는 다 챙겨보던 적도 있었는데 이 영화는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다. 계기는 인터넷에 누군가가 쓴 글이었는데 분수대에서 녹색 드레스를 입고 있던 귀네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짧은 문장이었다. 쓰다보니 생각이 나는데, 영화를 보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는, 영화보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려는 나의 소소한 고집이었다. 찰스 디킨스의 원작은 두꺼웠고, 말이 어려웠다. 거기다 분명 로맨틱한 연애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텐데 처음 부분에는 왠 탈옥수가 어린 소년을 협박해서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하는 이야기가 길게 나온다. 이 책이 맞는 책인지 몇 번이고 확인하고 그 부분을 뛰어넘어 읽으려했지만 중간부터 읽는 것이 찝찝해서 책을 포기했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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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게 - 누구의 팬이신가요단상 2013. 3. 10. 13:47
제목 :[바낭] 누구의 팬이신가요?2013-02-26 13:11 이름 :OscarP조회 수 1821스크랩듀게의 여러 게시물을 접하면서 제 자신이 누구의 팬인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돌 팬 분들도 많이 계시고 특정 영화배우의 팬이시라 사진이나 근황을 올리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딱히 누구의 팬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거의 없어요. 팬심(?)이라는게, 동경과 호감만으로 이루어진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잘 하고 싶은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을 알게되고 관심이 생기면 작품이나 자료를 찾아보고, 관련 기사나 글이 나오면 다 섭렵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팬질조차 넘은 스토커수준의 정보수집을 하면서 누가 물어보면 팬은 아니라고 하는 거죠.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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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게 - 오스카 기념 고양이 사진단상 2013. 3. 10. 13:32
제목 :오스카 기념 고양이 사진2013-02-24 22:46 이름 :OscarP조회 수 1630스크랩아까 macy님 글에 댓글을 달다가 생각이 났어요. 내일이 오스카 시상식이라면, 우리 오스카랑 같이 살게 된지 만 9년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정확한 날짜도 알고 있지만 꼭 오스카 시상식 즈음이 되어야 기억이 나더라고요. 처음에 오스카를 데려왔을 때 이름 때문에 고민을 좀 했었어요. 제가 데려왔기 때문에 제가 짓게 되었거든요. 당시 즐겨 읽고 있던 만화책이 '나나'여서 나나라고 며칠 부르기도 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이름과 고양이의 외모가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나나라는 이름에서는 왠지 노랑색의 느낌이 나는데 (왜?) 우리 고양이 털은 흑백이거든요. 마침 그 때가 오스카 시상식 즈음이었는데 문득 발음하게 된..